건선이 낫지 않는 이유…과민성 대장 증후군·장 누수 때문?

임은교 2024. 3.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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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닥 의학기자 임은교 원장ㅣ출처: 하이닥

건선은 분명 피부질환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면역계 질환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치료를 진행하면 피부가 아닌 신체 다른 부위의 문제를 함께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의 사용만으로는 더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사용을 중단하는 순간 증상이 재발하고 악화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피부를 넘어서 신체 다른 부위를 치료해야 한다.

스테로이드제로 한 달 이상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면?
스테로이드제로 한 달 이상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면 내 몸 안에서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문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피부 겉부터 시작하는 치료를 진행했다면 이제부터는 몸속부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 자연스럽게 피부 문제가 해소되는 치료를 목표로 해야 한다. 스테로이드로 건선을 치료한지 2주에서 한 달 이내 증상이 호전되고 이후 3개월 이상 치료하지 않아도 호전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는 스테로이드제를 이용한 치료가 적합하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제를 연속적으로 사용한 지 한 달이 넘어가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치료를 중단한 지 1~2달 만에 증상이 재발된다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이미 면역계가 망가져 있는 상태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을 장기간 지속하면 내 몸은 스스로 염증을 치료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잊게 된다. 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을 중단하기는 어려워지고 리바운드를 포함한 부작용이 따라올 확률은 역으로 높아진다.

증상이 악화될수록 점점 더 치료제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진다. 단, 한 달이 지났다고 해서 임의로 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리바운드의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높은 레벨의 연고나 약, 주사를 사용했다면 반드시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장 건강이 좋아져야 건선이 치료된다?
환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충분히 보습을 해도 자꾸 건조해지고 각질이 생기는 피부 상태’이다. 치료도 받고 열심히 보습하고 물을 마셔도 순식간에 메마르는 피부 증상과 그로 인한 가려움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 건선 환자들이 느끼는 피부 건조는 단순히 계절 변화에 영향을 받아 피부가 건조해지는 건성피부의 피부건조증과는 근본적으로 원인이 다르다.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습 관리만으로는 증상의 호전뿐 아니라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

건선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각질은 염증으로 인해 각질형성 세포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현상이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약 28일 주기로 각질이 생기고 탈락해야 하지만 염증으로 각질 형성 속도가 빨라지면 정상적으로 각질이 정리되기도 전에 더 많은 각질이 생겨 피부로는 은빛 색의 각질이 두껍게 쌓이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건선 환자에서는 염증성 장 질환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이 장이 좋지 않아 염증이 발생하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다. 장에는 면역세포가 70~80% 정도 존재한다고 하니 장이 좋지 않으면 면역계 질환이 생기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음식을 조금만 기름지게 먹거나 아이스커피 등 찬 음료를 마시면 바로 화장실에 가고 대변을 무르게 본다든지, 긴장하면 금방 가스가 차거나 배탈이 난다면 장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건선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매일 대변을 쉽게 본다 해서 무조건 건강한 배변활동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매일 대변을 쉽게 보더라도 대변이 무르거나 하루에도 3번 이상 자주 본다면 장은 결코 건강한 상태라고 볼 수 없으며, 만성 염증이 누적됨과 동시에 체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더욱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따라서 물을 아무리 열심히 챙겨 마시고 유산균, 채소를 잘 챙겨 먹어도 낫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궤양성 대장염, 만성 설사, 크론병 등과 같은 장 문제가 해결되고 소화기가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면 각질 형성 속도가 다시 정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건선 증상 또한 회복됨을 기대할 수 있다.

식습관의 개선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극단적인 식이요법보다는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건강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고 피부에 각질이 지속된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몸 안부터 개선해야 각질 없는 촉촉한 피부로 거듭날 수 있어
이처럼 건선 증상을 호전시키고 지긋지긋한 각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염증반응이 일어나게 만든 그 시작점인 몸 안에 숨어있는 문제를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위에서 예시를 든 문제 요인들 외에도 소화 관련 문제, 감기·비염과 같은 호흡기 문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여러 요인들이 혼합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충분한 진료 시간 동안 정밀 문진을 통해 나에게 맞는 문제 요인을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치료를 받고 몸 상태에 맞는 집중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임은교 원장 (한의사)

임은교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전문가 대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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