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린나이 아냐" 13살 연하 거포 후배의 추락. '캡틴'의 묵직한 일침 "스스로 이겨내라"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전)준우 선수! 남아줘서 고마워요!"
오키나와 구시카와의 롯데 스프링캠프.
중년의 남성 팬이 전준우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그는 전준우의 손을 감싸쥐며 "남아줘서 고맙다"고 절절한 감정을 드러냈다.
지난 겨울, 4년 47억원에 두번째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캡틴'을 향한 감사다. 전력보강에 진심이었던 타 팀이 더 큰 금액을 제시했지만, 전준우는 '종신 롯데맨'을 택했다.
2008년 입단 이래 어느덧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38세의 나이에 다시 주장의 중임을 맡았다. 구단이 그에게 부여한 책무 중엔 롯데 구단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고, 팀의 정체성을 지켜달라는 부탁도 포함돼있다.
전준우는 "내가 뭐라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잘 움직인다"고 했다. 롯데 1군 코치진은 조세범, 백어진 투타 퀄리티컨트롤(QC) 코치를 제외한 전원이 바뀌었다. 여기에 김태형 감독의 카리스마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에 불이 붙었고,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그 결과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김 감독은 "선수가 감독 무서워하는게 당연하다"고 했다. 전준우는 "감독님이 무서운 포스, 이미지가 있으시지만 또 되게 좋은 분이다. 위트도 있으시고, 잘하면 잘한다 못하면 못한다 구분이 확실하신 분이라 오히려 좋다"며 웃었다.
"FA 하긴 했지만, 예년과 똑같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컨디션이 너무 좋으면 다칠 위험이 커진다. 지금 정도가 딱 좋다."
지난시즌 주장이었던 안치홍은 한화 이글스로 떠났다. 전준우는 "올겨울 팬들을 만날 때마다 '너무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는다. 이제 몇달 됐는데, 아직도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다"고 했다.
"항상 말로만 5강 가자, 우승하자 했던 것 같다. 올해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 전투적인 마인드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또 감독님이 새로 오셨으니까, 몇승을 더할 거란 이야기도 나오더라. 선수들도 긍정적인 분위기라 좋다."
선수생활 초반에는 민첩한 몸놀림이 뛰어난 선수였다. 2010~2013년 4년간 연평균 약 20개의 도루를 기록할 만큼 준족이었다.
이후 타격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 특히 장타율이 급격히 올랐다. 2018년에는 타율 3할4푼2리 33홈런 90타점, OPS(출루율+장타율)0.991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로는 컨택에 조금더 초점을 맞췄다. 2021년 타율 3할4푼8리, 192안타로 타율 2위, 최다안타 1위에 올랐다. 37세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도 1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52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아무래도 야구장이 넓어지고, 펜스 높이가 높아졌다보니 정타를 치는데 초점을 맞췄었다, 사직은 잠실보다 더 먼 느낌이다. 펜스도 훨씬 높고. 안타를 잘 치다보면 홈런도 나오기 마련이다. 흐름을 잘 탔다."
올해도 전준우는 4번타자가 유력하다. 연습경기에도 3~4번을 맡았다. 전준우는 "올해도 홈런을 좀 치고 싶다. 중심타자의 가치는 장타니까"라면서도 "야구는 항상 생각한대로 안되더라. 우선 정확하게 치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포지션은 지명타자지만, 외야수들의 휴식일에 따라 좌익수로도 나설 예정이다.
새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의 적응을 책임지는 것도 전준우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본 외인 타자 중에 가장 착하다. 전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런 선수도 있었는데, 레이예스는 순하고 밝은데 점잖은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역대급 추락을 경험한 후배 한동희(25)에게도 묵직한 충고를 건넸다.
"이제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니다. 아마 한살한살 나이가 들면서 (한)동희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꼈을 거다. 그러니까 미국도 다녀온 거 아닐까. 형들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야구는 팀플레이지만, 또 개인 운동이기도 하다.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밖에 없다. 아직은 설레발이지만, 겨울은 잘 보내고 온 것 같다."
전준우는 후배들을 향해 "우린 다 프로고, 성인이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시대는 지났다. 틀 안에서 알아서 움직이고, 그러면서도 절제할 줄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투수는 투수조장 김원중을 필두로 김상수 구승민 박세웅, 타자는 전준우를 비롯해 정훈 유강남 등이 선수단의 중심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 전경기 뛰고 싶다. 아프지 않게 1년을 뛰면 성적은 당연히 따라올 거다. 하지만 야구는 개인이 빛나려면 우선 팀이 잘돼야한다. 감독님 말씀대로 4강이 목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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