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에서 에이스로, 송명근의 기막힌 반전…우리카드 역전 우승 이끄나
송명근 "못 뛸 때도 팀을 위해 노력…기회 놓치지 말아야"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없던 '후보선수'가 시즌 막바지 '에이스'로 도약했다. 여기에 팀의 역전 우승까지 이끌 상황까지 만들었으니 기막힌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시즌 막판 우리카드의 '히어로'로 떠오른 송명근(31)의 이야기다.
송명근은 지난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양 팀 최다 19점을 기록, 팀의 3-0 완승에 기여했다.
이날 송명근은 서브 득점을 4개나 기록하며 대한항공 리시브를 흔들었다. 신영철 감독이 경기 전부터 '강한 서브'를 주문했는데 이를 정확히 실행하면서 완승의 주역이 됐다. 공격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노릇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OK금융그룹에서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된 송명근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안정감 있는 수비를 중요시하는 신영철 감독의 성에 차지 않았고, 공격에서도 기복을 보이면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한성정과 김지한이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를 꿰찼고, 원포인트 서버 자리도 정성규의 몫이었다. 송명근은 4라운드까지 팀이 치른 24경기 중 단 9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으며 풀타임을 소화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는가 했지만 송명근에게도 기회가 왔다. 2월 초, 팀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던 외국인 선수 마테이 콕이 큰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된 것이다.
공격력에 큰 공백이 생긴 우리카드는 대체 외인을 영입하기 전까지 잇세이 오타케와 함께 송명근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팀에 발생한 악재가 전화위복이 됐다.
최근 대체 외인으로 아르템 수쉬코가 영입됐음에도 송명근의 중용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전력전에서 거의 1년 만에 1세트 선발 출장을 했던 그는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아르템이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송명근 역시 공격력뿐 아니라 수비력에서도 신 감독이 만족할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송)명근이는 리듬만 맞으면 공격 스윙은 대한민국 최고다. 다만 나머지 부분이 좀 아쉬웠다"면서 "명근이에게 배구 인생을 길게 하려면 서브 리시브와 수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본인이 열심히 해준 덕에 지금 경기도 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근도 최근의 선발 출장에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그는 "뒤에서 준비할 때와 선발 출장은 기분도, 마음가짐도 완전히 다르다"면서 "장점인 공격 스윙을 살리면서, 안 되는 리시브도 감독님에게 잘 배우고 있다"고 했다.
사실 송명근에게는 최근 몇 년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2013-14시즌 데뷔한 송명근은 2014-15, 2015-16시즌 OK금융의 2연패 주역이었다. 2014-15시즌엔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무릎 부상으로 인해 부침을 겪었고, 군 입대 이후에도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우리카드로의 트레이드, 트레이드 이후에도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은 송명근에겐 힘든 나날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버텨냈다. 그는 "(바뀐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했다"면서 "경기에 못 나가는 건 결국 내가 실력으로 부족하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제 선배 축에 속하게 됐는데, 경기에 못 나간다고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다"면서 "코트 밖에서도 열심히 준비했고 동료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송명근의 활약 속에 '위기'를 '기회'로 바꾼 우리카드는 이제 자력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면 대한항공의 잔여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송명근은 "기회는 우리 손에 왔기 때문에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 않다"면서 "남은 경기도 철저하게 준비해서 기회를 잡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즌 중반까지 경기에 많이 나서지 않은 만큼, 체력도 아직 넉넉히 남아있다.
그는 "최근 몇 경기 바짝 뛰어서 조금 힘들긴 하다"면서도 "지금까지 다른 선수들이 잘 해줬기 때문에 이 시점에 내가 잘해주면 그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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