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중에서 구위 최고!” 152km 특급 신인, 마무리까지 맡을 기세…국민타자 마음 어떻게 사로잡았나
[OSEN=인천공항, 이후광 기자] 2024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좋은 투수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투수일 줄은 몰랐다. 두산 베어스의 특급 신인 김택연(19)이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를 통해 이승엽 감독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으며 데뷔 시즌 전망을 밝히고 있다.
1, 2차 스프링캠프를 모두 마치고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 결산의 최대 화두는 신인 김택연이었다. 이승엽 감독의 귀국 인터뷰가 김택연으로 시작해 김택연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루키를 향한 극찬에 극찬이 이어졌다. 1군 스프링캠프 합류만으로 만족해하던 김택연은 어떻게 스프링캠프 MVP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2022시즌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인천고 우완 특급 김택연을 지명했다.
두산은 당시 이례적으로 등번호 2024에 김택연의 이름이 새겨진 홈 유니폼을 손수 준비하며 1라운더를 환영했다. 구단의 김택연을 향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 지난해 아마추어 무대에서 13경기 64⅓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 97탈삼진 WHIP 0.66의 압도적 투구를 선보였고, U-18 야구 월드컵에서 8일 동안 5연투 247구를 던지는 투혼을 펼치며 한국 청소년대표팀의 동메달을 견인했다.
투혼보다 혹사 논란으로 주목받은 김택연은 두산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 팔꿈치 및 어깨 회복에 집중했다. 다행히 빠르게 상태가 회복됐고, 동기 전다민(외야수, 6라운드 지명)과 함께 호주 시드니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데뷔 시즌을 준비했다.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된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서 남다른 구위와 배짱을 선보인 그는 2024년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공항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투수 쪽에서 김택연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신인인데 2월 1일부터 선배들과 두산에 합류해 호흡을 맞추면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본인이 학창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루틴을 잘 지켰다. 연습경기에서 정말 깜짝 놀랄 만한 구위를 보여줬다”라고 칭찬했다.
김택연의 공을 직접 받아본 주전 포수 양의지는 “오승환의 느낌이 난다”라는 극찬을 남긴 터. 사령탑의 의견도 같았다. 이 감독은 “(제2의 오승환이 될 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부상 없이 잘 관리해준다면 어떤 투수보다 좋은 투수로 성장할 거라고 믿는다. 구위 면에서는 19살 중에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라고 김택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택연은 지난 3일 일본 후쿠오카 PayPay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명문 구단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스페셜매치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15구 호투를 펼쳤다.
김택연은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 이승엽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19세 신인이 만난 타자는 소프트뱅크의 4번타자 야마카와 호타카. 일본프로야구에서 무려 홈런왕을 3차례나 거머쥔 공포의 거포였다. 김택연은 특급 루키답게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공을 뿌렸고, 단 공 2개로 포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이닝 종료였다.
김택연은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소프트뱅크 강타선을 12구 삼자범퇴로 돌려보냈다. 2사 후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이노우에를 삼진 처리한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 감독은 “구위도 구위이지만 대담한 성격인 거 같다”라며 “소프트뱅크를 만나 위기 상황에서 한 번 올려봤다. 상대 홈런왕 출신 4번타자와 한 번 붙여봤는데 예사롭지 않았다. 회전력이 워낙 좋은 투수라 빠른 볼을 노리고 있는 타자라도 빠른 볼이 왔을 때 공략당하거나 난타를 당하지는 않을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두산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마무리 고민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유력 후보인 정철원의 페이스가 사령탑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 그 사이 김택연이라는 다크호스가 등장, 다가오는 시범경기에서 마무리 보직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감독은 마무리 후보군에 김택연의 이름이 있냐는 질문에 “조금 더 지켜보겠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고 답하며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다만 그렇다고 김택연이 프로야구 무대에 적응하기도 전에 마무리 보직을 맡길 계획은 없다. 이 감독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다.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지금 마음 그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프로 무대에 적응했으면 한다”라며 “선수를 어떻게 쓸지는 조금 더 봐야할 거 같다. 시범경기를 통해 조금 더 신중하게 보고 판단을 해서 투수코치와 상의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선수의 생각은 어떨까. 김택연은 “맡겨주시면 어느 보직이든 잘할 자신이 있다. 내가 맞춰서 준비해야한다”라며 “마무리를 맡게 된다면 마무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직에 대해 부담스러운 건 없다. 마무리를 시켜주시면 좋다”라고 웃으며 뒷문지기를 향한 욕심을 넌지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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