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헤일리 지지자들 마음은 어디로 향할까

조소영 기자 2024. 3. 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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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지지 가능성 엿보이는 '네버 트럼프'
그럼에도 '공화당'…둘 다 싫은 '더블 헤이터'
6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에서 공화당 경선 중도하차를 공식 발표했다. 24.03.0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슈퍼 화요일'(16곳 동시 경선) 이튿날인 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그의 지지자들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당 안팎 사람들의 표를 얻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며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사실상 거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에게 '선택의 몫'을 넘겼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월부터 전날(5일)까지 진행된 공화당 경선에서 워싱턴 DC와 버몬트, 단 두 곳에서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했다. 그가 두 곳에서 승리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이들은 '온건한 성향에 대학 교육을 받은 교외 유권자들'이라는 분석이다. 11월 대선에서 백악관으로 입성할 수 있는 길은 헤일리 전 대사가 남긴 이 유권자들을 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는 '중도층의 선택'을 뜻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대진표가 확정된 상황 속 이 소식에 당장 반색할 인사는 바이든 대통령이다.

BBC 뉴스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분석해봤을 때, 헤일리 전 대사를 언급하기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가 상당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네버(never) 트럼프'로, 이들에게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산적한 법적 문제, 2021년 '1·6 의회 폭동' 등이 언급됐고 "트럼프는 공화당의 암"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민주당 베테랑 전략가로 꼽히는 사이먼 로젠버그는 BBC에 일부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 중 '많은 비율'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할 의향이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노스캐롤라이나의 헤일리 전 대사 유권자 중 21%만이 '누가 되든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로젠버그는 "공화당에 이는 매우 밝고 붉은 경고 신호"라고 평했다. 더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에 그를 끌어안기보다는 "기록을 세우며 완전히 패했다"고 조롱하기까지했다. 헤일리 전 대사 측의 자존심을 건드린 발언이다.

그러나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파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 중 한 명인 코니 슐룬트(60)는 워싱턴포스트(WP)에 "저는 100% 공화당원"이라면서 본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과 민주당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우)의 모습. 2023.11.02/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사실 과거에도 '노골적 탈당자'는 드물었다. 일례로 지난 2008년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버락 오바마에게 내준 뒤 클린턴 지지자의 거의 3분의 1은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지만, 선거일까지 82%가 오바마에게 투표했다. 당파성에 따라 민주당으로 결집한 셈이다.

아울러 헤일리 전 대사가 직접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선언하진 않았지만, 공화당에 대한 지지는 피력했다는 점에서 에둘러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이날 사퇴 발표 때 "저는 항상 보수 공화당원이었고, 항상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이 되는 것에 대해 더 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도 꺼려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미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턴트의 2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19%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둘 다에게 불만을 가진 '더블 헤이터'(double haters)로 집계됐다. 공화당 전략가인 케빈 매든은 BBC에 "이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경기"라며 "저는 그들이 집에 머무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출신의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짐 설리번은 BBC에 "바이든을 위해 당적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아직 (누굴 택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WP와 인터뷰한 또 다른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 앤 트뤼도(84)는 "나는 정말로 우리가 바이든이나 트럼프를 택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3의 후보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퀴니피악 대학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 유권자 중 절반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고 37%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기권 및 다른 사람에게 투표, 아직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도 12%나 됐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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