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대법, 트럼프 '면책특권' 변론기일 4월25일로 확정
1·2심 기각에도 상고 강행…형사재판 '방탄'에 재판지연 목적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로 재판을 받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대통령 면책특권'과 관련한 상고심 구두변론 기일을 오는 4월 25일로 확정했다.
AF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6일(현지시간) 4월 2~3주차 공판 일정 공고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면책특권 관련 상고심 구두변론이 오는 4월 25일 열린다고 알렸다.
대통령 면책 특권은 지지자들을 상대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도록 선동해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형사 재판을 받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 중단과 1심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꺼내든 논리다.
지난해 8월 잭 스미스 미 연방특검은 2021년 1월6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당시 의사당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인준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를 막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목적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점거 가담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던 타냐 처트컨 워싱턴DC 연방지법 판사에게 대선 뒤집기 재판이 배당되는 등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지난해 10월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 재임 중 공무와 관련된 행위에 대해선 형사 소추를 면제받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대통령 면책특권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워싱턴DC 연방지법과 지난달 6일 연방항소법원은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퇴임한 만큼 다른 형사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미 연방대법원에 상고했고,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8일 상고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지난 4일 열릴 예정이었던 워싱턴DC 연방지법의 대선 뒤집기 재판 역시 잠정 중단된 상태다.
미 연방대법원은 상고 요청을 수락하면서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공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행위에 대해 형사 소추로부터 대통령 면책 특권을 누릴 수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판결은 현재 연방대법원 회기가 끝나는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직 대통령이 민·형사상 소추를 면제받을 수 있는지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내란·외환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에게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한국 헌법과 달리 미국 헌법과 법률엔 대통령 면책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명문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미 연방대법원은 1982년과 1997년 각각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피소된 사건에서 국가 최고 정책 책임자로서 행한 공적인 행위와 관련해 민사적 책임을 면제한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개인 자격으로 행한 비공식적인 행위에 대해선 민사 책임을 열어뒀다. 형사상 불소추 여부는 연방대법원 판례가 전무한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뒤집기 시도 외에도 성추문 입막음 의혹,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 대선 개입 등으로 모두 4건의 형사 사건과 관련해 91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을 제외한 3건이 모두 대통령 재직 당시 있었던 일인 만큼 면책 특권이 연방대법원에 의해 인정될 경우 다른 사건들 역시 기소가 중단돼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를 크게 덜 수 있다.
또한 연방대법원이 설령 대통령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아 상고 기각 결정을 내리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본안격인 대선 뒤집기 혐의 재판이 재개되더라도 대선 전 4개월 안에 판결이 나오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대통령 직권으로 기소 취하를 명령할 수 있다. 또한 현직 대통령은 기소하지 않는 것이 미 법무부 정책이기도 하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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