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선두 SK하이닉스 기술유출 막았지만…거센 경쟁에 ‘인력 빼가기’ 우려 커져[비즈360]

2024. 3. 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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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선두’ SK하이닉스 향한 추격 거세
차세대 HBM 제품 개발 경쟁 갈수록 치열
기술 유출·인력 빼가기 우려에 엄벌 목소리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박지영 기자] SK하이닉스가 경쟁사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에 대해 법원의 전직금지 가처분 인용을 이끌어내며 제동을 걸었지만 반도체 업계의 인력 빼가기는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공지능(AI) 시장의 고도화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관련 기술 및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들 간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와 법조계에선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적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 D램과 HBM 설계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2년 7월 퇴사하고 이후 미국 마이크론에 임원급으로 이직했다. 2년간 경쟁사에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기로 약정서도 작성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론 HBM3E 제품 [마이크론 홈페이지]

A씨를 채용한 미국 마이크론은 현재 HBM 시장에서 선두인 SK하이닉스와 2위 삼성전자에 이어 3위 메모리 제조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추정된다.

마이크론은 후발주자인 만큼 SK하이닉스와 아직 격차가 크지만 최근 추격 속도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8단 HBM3E(5세대 HBM) 제품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또한, 이달 중으로 12단 HBM3E 샘플을 엔비디아에 제공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마이크론의 기술 개발 속도는 업계를 놀라게 했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메모리다. 수직으로 높게 쌓아 올릴수록 데이터 처리 용량도 늘어난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 AI 서버처럼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AI 서비스 고도화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3사는 고용량 HBM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1월 8단 HBM3E 제품 초기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12단 쌓아 올린 HBM3E 개발에 가장 먼저 성공하면서 지난달 고객사에 샘플을 전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양산 예정이다.

이처럼 3사가 HBM 시장에서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양산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자사 기술 보호 및 내부 인력 단속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법원이 A씨의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A씨가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며 얻은 정보가 마이크론으로 넘어갈 경우 SK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A씨)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SK하이닉스)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을 포함한 D램 설계 관련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된다”며 “이번 법원의 결정은 적법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산업계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외국 경쟁사들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유출마저 통제하지 못하면 자칫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다며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작년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빼내 그대로 본 뜬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이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전 연구원 등은 세메스의 영업기밀을 이용해 반도체 습식 세정장비를 만들어 수출했다가 적발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른 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된 중요 자료를 모니터 화면에 띄워 놓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5~2022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에 대해 법원이 1심 판결을 내린 114건 중 유기형을 선고한 사건은 12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집행유예(40건) 또는 벌금형(11건)에 집중됐다. 실형 선고 비중이 10% 수준에 그친 셈이다.

법적 처벌수위가 느슨한 반면 산업기술 유출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해외로 기술을 빼돌리다 적발된 건수가 한 해에 3~6건 수준이었으나 2023년엔 13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8년간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 165건 중 39건이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joze@heraldcorp.com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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