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주도권 가져가겠다” 대형證과 경쟁하는 코스콤… 정식 조직 출범

문수빈 기자 2024. 3. 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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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업TF→미래사업부 격상
ST 장외거래플랫폼, 코스콤VS대형證 구도
플랫폼 참여 증권사 많을수록 경쟁력 확보

한국거래소의 IT 자회사 코스콤이 토큰증권(ST) 담당 부서를 태스크포스(TF)에서 정식 부서로 승격했다. ST를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ST 발행·유통 플랫폼은 코스콤뿐만 아니라 대형 증권사들도 준비 중이라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느 플랫폼이 그렇듯,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증권사 등)을 많이 확보하는 곳이 승기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코스콤 본사 전경./코스콤 제공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은 지난달 29일 있었던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미래사업TF부를 미래사업부로 격상시켰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ST를 제도권으로 끌어안겠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부서는 ST의 장외시장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ST는 과거 종이에 기재된 ‘실물증권’과 실물증권을 전자 방식으로 바꾼 ‘전자증권’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증권 발행 형태다. ST는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화된 증권으로, 금융당국은 ST가 기존 전자증권 제도 하에서 발행이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를 증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행되기도 전이다 보니 ST는 시장 참여자들의 오해를 받고 있다. ‘ST=조각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음악 저작권에 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뮤직카우)와 수십억원의 미술품(열매컴퍼니·서울옥션블루·투게더아트)을 10만원만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를 ST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ST가 곧 조각투자는 아니다.

현재의 조각투자는 ST가 아닌 실물증권으로 분류된다.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조각 지분이 ST의 형태로 발행될 수는 있지만, 현재는 법 통과 전이라 조각지분을 ST로 발행할 수 없다.

토큰증권 시장의 발행·유통 체계/금융위원회

ST는 일반 주식처럼 장내와 장외에서 거래될 예정인데, 장외가 코스콤의 영역이다. 장내는 상장주식처럼 한국거래소가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주식과 달리 ST는 장외시장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내시장에 입성하기 위해선 한국거래소의 상장 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이제 막 태동한 ST가 이를 충족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ST 장외시장 발행·유통 플랫폼은 코스콤뿐만 아니라 증권사도 장외거래중개업자 지위를 획득한 후 구축할 수 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연합 등 세 곳이 준비 중이다. 장외시장 플랫폼에 있어 코스콤과 각 대형 증권사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만드는 데 수백억원이 듦에도 대형 증권사가 코스콤이 아닌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이유는 사업의 자유도 때문이다. 코스콤의 플랫폼을 사용하면 인프라 제공자에게 종속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또 ST를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울 땐 국내 사업자인 코스콤이 아닌 자체 플랫폼을 사용하는 게 적합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반면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위권, 혹은 소형 증권사들은 코스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키움증권, 대신증권, IBK투자증권이 그 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전경./뉴스1

경쟁의 승자는 증권사를 많이 확보한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업자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ST의 발행과 유통 주체를 분리시켰다. 키움증권에서 ST를 발행하고 유통까지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투자자는 키움증권이 발행한 ST를 키움증권을 통해 청약하고, 이를 나중에 타인에게 넘기려면(유통하려면) 타 증권사 계좌에서 거래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키움증권과 같은 코스콤 플랫폼(망)에 들어있는 대신증권이나 IBK투자증권에서 거래를 할 경우 망을 연결하는 작업이 없어도 된다. 반대로 다른 망인 미래에셋증권에서 거래하려면 망을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망이 다르면 이같은 번거로운 작업이 수반돼 발행 증권사는 같은 망 안에 있는 증권사를 유통시장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즉 동일한 망에 소속된 증권사 간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기에, 망에 참여하는 증권사가 많은 장외거래플랫폼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많이 모이는 망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외거래중개업자는 ‘얼마나 매력적인 자산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느냐’의 싸움”이라며 “다양한 발행자와 협의한 증권사를 포섭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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