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당선되면…” 한은, 종합 싱크탱크 부상 ‘美대선 보고서’ 첫 작성
연준, 완전고용 목표 삭제·최종대부자 기능 제한
한국 주도의 직접 대북 방위 제안되고, 美핵 증강
미국 내 보수인사 인용 “트럼프 독재 우려도 존재”
돌봄 이어 美대선까지 ‘한은, 종합 싱크탱크 변모’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예측 자료를 작성해 정부와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자료는 대통령실에도 전달됐다. 외교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아닌 한은이 미 대선 관련 자료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최근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이어 미 대선 관련 자료를 내놓는 등 통화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종합 싱크탱크로서의 역할 강화에 나서고 있다.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 등에 해당 자료를 전달했다. 이는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발간한 ‘리더십의 사명’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경우 미국이 펼칠 정책을 예측하는 내용이다. 리더십의 사명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총 9번 발간됐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는 7차 보고서의 약 64%를 정책으로 채택했다.
자료는 ▷빅테크 독점에 대한 투명성 규제 확대 ▷강력한 대통령 권한 회복 ▷연방준비제도·수출입은행의 장기적 폐지 ▷동맹국 군사 비용 분담 확대 및 미국 내 핵전력 증강 ▷한국 주도의 직접 대북 재래식 방위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 내 일부 보수층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재를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분석 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내용이 공유되고 약 일주일 후인 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보고서는 ‘미국 보수가 회복하려는 4대 가치’를 중심으로 정책을 전망했다. 보수 가치를 다시 살리기 위해 행정 국가를 해체하고 미국 국민의 자치권을 회복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 대통령은 정치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강력한 권한을 회복하고, 부처 직업 공무원을 해고해 낭비적인 부처를 폐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토안전부, 교육부, 연준, 수출입은행, 소비자금융보호국 등은 더 이상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장기적으로 부처 폐지가 제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준 등 핵심 기관 폐지는 현실성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기 위한 하나의 기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준의 목표에서 ‘완전 고용’을 삭제하고, 인플레이션 목표를 명시토록 하는 방안이 대두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연준의 최종대부자 기능을 제한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도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빅테크 독점에 대한 투명성 규제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경제적 자유 뿐만 아니라 종교·언론·집회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의 검열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위를 우리나라가 직접 주도토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래식 방어에 대해 동맹국과 군사 및 비용 분담을 확대하는 큰 틀에서 정책이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핵전력을 증강하고, 무기 생산을 확대하는 등 물리적 군사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온건 보수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독재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담겼다. 대통령 권력을 집중시키는 ‘단일행정부론’에 기반해 직업 공무원의 고용을 보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미 대선 관련 자료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한은은 통화정책에 매몰되지 않은 종합 싱크탱크로 변모하고 있다. 앞서 서는 ‘외국인 노동자 활용을 통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완화’를 주장하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최저임금 차등을 제안키도 했다. 논쟁적 보고서도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부터 ‘조용한 한은’에서 탈피해 ‘시끄러운 한은’으로 국내 최고 싱크탱크가 되자고 강조해왔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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