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뮤니티'가 보여준 가능성과 따라오는 궁금증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3. 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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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웨이브

예능 프로그램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는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몰입감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상의 세계관이나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더 커뮤니티'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저게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지난 1일 마지막화가 공개된 '더 커뮤니티'는 정치·젠더·계급·사회윤리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12명의 젊은 남녀가 9일 동안 리더를 선발하고 상금을 분배하는 정치 서바이벌 사회실험 프로그램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출연자들은 특수한 공간에서 합숙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매일 리더를 선출하고 공동생활 규칙을 정하는 등 하나의 작은 정부를 세워간다. 낮에는 상금을 벌기 위한 수익 활동을 펼치고 밤에는 자신의 사상을 설득하기 위한 토론을 펼친다. 

/사진=웨이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심할 정도면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잘 엮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격한 대립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민감한 주제에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줄 때는 침묵이 이어지기도 하고 중간중간 강한 어조로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다수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의사가 결정된다. 

슈퍼맨과 백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더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언쟁을 주고받은 사람이다. 각각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인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봤다. '더 커뮤니티'가 아닌 곳에서 이미 토론을 펼친 경험도 있다. 종신 리더 후보에 오른 두 사람이 토론회에서 보여주는 주장은 각자의 신념이 얼마나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더 커뮤니티'에서 슈퍼맨과 백곰은 서로를 가장 신뢰한다. 각자의 무리를 구성할 것 같았던 두 사람은 함께 연합을 구성한다. 종신 리더에서 낙선한 슈퍼맨은 백곰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때로는 뒤로 빠지고 때로는 옆에서 든든하게 보좌한다. 각자의 생각이 너무나 다르지만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존중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웨이브

다만, 이들의 커뮤니티가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다수의 결정으로 내려진 커뮤니티의 판단을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 상금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외부인이 나타났을 때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존재만으로 사회를 위협하는 불순분자도 있다. 

특히, 반드시 탈락자가 발생하는 미션들이 연이어 제시되며 균열은 점차 깨진다. 그전까지는 '공동체의 안정'을 추구했던 참가자들은 어느새 개인의 생존을 먼저 생각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탈락 후보가 되면 자신이 가진 탈락 면제권을 쓰겠다고 말한 참가자들도 실제로 그 상황이 닥치자 주저하게 된다. 공동체의 룰을 깨고 자신을 의심하는 참가자를 먼저 공격하게 된 참가자도 생겨났다. 

현실의 문제가 다가오자 이념은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다크나이트, 낭자처럼 현실주의자들이 커뮤티니의 공존을 '위선'이라 불렀던 이유이기도 하다. '더 커뮤니티'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 지점이다. 생존이라는 거대한 목표가 모든 것을 잡아삼키자 더 이상의 이념 대결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방송에서는 민감한 주제를 툭툭 던지기만 했을 뿐, 이것을 심도있게 파고들려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웨이브

그럼에도 '더 커뮤니티'의 참가자들은 각자가 가진 선입견을 이겨내고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였다. 이는 서로의 의견이 달라도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익명성을 전제로 한 온라인 토론에서도 충분히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신의 의견도 개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토론을 하다 자신도 모르게 설득된 마이클의 모습은 우리 사회 누군가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동시에 '더 커뮤니티'가 꿈꾸는 이상향이 현실에서도 과연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개인이 서로 건전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해나가는 모습은 이들이 소수여서 가능한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방송이 아니면 누군가를 '사상검증'했을 것이라는 말처럼 방송이라는 장치적 제약이 이들의 행동에 족쇄를 건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긴다. 

방송을 보고 난 후 이런 의문이 생기는 건 '더 커뮤니티'가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리 지극히 현실에 맞닿아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상상이 현실의 특정한 지점을 물고 늘어진다. '더 커뮤니티'를 시청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커뮤니티 안에 들어간 셈이 된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다. 과연 '더 커뮤니티'의 이상향은 실제 현실에서도 구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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