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갱단 “총리 사임 안 하면 내전 불사”···유엔, 다국적 안보 지원 요청
미국, 아이티 총리에 “과도정부 구성해야”
갱단 폭력으로 비상사태가 발생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의 수장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은 아이티의 혼란상이 극심하다며 다국적 안보 인력의 개입을 요청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올해에만 1193명이 폭력 사태로 사망하는 등 아이티의 혼란상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며 “현재 상황에선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할 현실적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투르크 대표는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다국적 안보 지원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면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중남미 카리브해 최빈국인 아이티는 수년째 갱단 폭력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2010년 발생한 대지진과 콜레라로 몸살을 앓아온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공권력마저 붕괴했다. 무너진 권력의 빈 자리를 갱단이 파고들면서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국립교도소를 습격, 재소자 3000여명을 탈옥시키면서 폭력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갱단들은 공항 점거를 시도하고 경찰서를 공격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학교와 은행은 문을 닫았고, 대중 교통도 마비됐다. 도심 거리에는 여전히 시신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대규모 탈옥 사태 이후 아이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한 아이티 곳곳에서 무장 폭력을 주도하고 있는 갱단 연합체 ‘G9’의 수장인 지미 셰리지에는 전날 현지 취재진들에게 “아리엘 앙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국제사회가 계속해 앙리를 지지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전으로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앙리 총리는 귀국 계획이나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앙리 총리는 카리브공동체 정상회의 참석과 치안 인력 파견 협의 등을 위해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과 케냐 등을 방문한 뒤 현재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머물고 있다. 앙리 총리는 미국에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동해 헬기를 타고 귀국하려 했으나, 확실한 비행 계획을 받지 못한 도미니카공화국 측의 ‘무기한 중간 기착 불가’ 방침에 비행 중 상공에서 푸에르토리코로 방향을 틀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아이티 정부가 새로운 통치 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갱단의 총리 사임 압력과 관련해 “우리는 (총리에게) 사임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아이티 총리가 현재의 안보 상황을 해결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로 전환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포용적인 형태의 ‘과도위원회’ 성격의 정부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아이티 언론매체 반트 베프를 인용해 마약 밀매죄 등으로 미국에서 복역한 뒤 최근 아이티로 돌아온 기 필립이 ‘BSAP’라는 조직을 통해 과도 정부 헤게모니 장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기 필립은 2004년 쿠데타 세력에 쫓겨나 망명한 장 베르트랑 아리스트리드 대통령 이후 아이티 반정부 세력을 규합했던 인물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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