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갑질’ 글로벌 매출 10~20% 과징금 때린다…EU 법 시행

EU 27개국 디지털시장법 시행
애플·구글·메타·아마존·MS ‘납작’

유럽연합의 특별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빅테크 갑질’ 규제 근절을 위해 부여 의무 위반 시 전 세계 연 매출의 10%(반복 위반하면 20%)에 이르는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글로벌 빅테크에게 ‘호랑이보다 무서운 법’이 될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이 7일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서 전격 시행된다.

디지털시장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특별 관찰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가 목적이다. 이미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다. 유럽연합은 이들이 각각 운용 중인 운영체제, 소셜미디어(SNS), 검색엔진, 온라인 광고 등 20여 가지 서비스와 관련해,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 설치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하도록 하는 등 별도 의무를 부여했다.

이들은 서비스 운용 과정에서 얻어진 데이터의 결합·이전과 광고에 활용하는 행위나 자사 서비스를 경쟁 업체보다 더 잘 노출되도록 하는 ‘우대 행위’를 할 수 없다. 구글·메타처럼 여러 서비스를 운용하는 기업이 이용자 동의 없이 특정 플랫폼에서 개인정보를 획득한 뒤 자사 다른 플랫폼의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관행도 규제된다.

이런 의무를 위반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과징금을 물 수 있다. 전 세계 연간 총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고, 시정명령을 위반해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2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디지털시장법 시행 첫날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기업 6곳으로부터 법 준수를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보고받는다. 보고 내용을 토대로 디지털시장법 준수 여부를 평가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납작 엎드리는 모습이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를 우대해선 안 된다는 규정 준수를 위해, 유럽연합 회원국 이용자가 항공권을 검색하면 여러 예매 대행 사이트 목록이 나열되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기존에는 구글 자체 예매 서비스 ‘구글 플라이트’ 결과부터 뜨거나 해당 누리집으로 바로 연결되는 링크를 우선 노출했다.

애플 아이폰에서는 앱스토어가 아닌 외부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는 게 가능해진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법 시행을 앞두고 한 전날 기자회견에서 “휴대전화에 한 가지 이상의 앱마켓이 있는 게 중요하다”며 “이용자 입장에서 특정 앱마켓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앱마켓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영국·인도·중국 등에서도 유럽연합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한 법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시장법 시행과 성공 여부가 빅테크 규제와 관련해 중대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빌 에칙손 미국 유럽정책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모방 법안이 잇따르고 있다”며 “디지털시장법이 사실상 규제의 표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