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전쟁에 쏠린 세계, 굶주리는 2억명을 외면하다[Global Focus]
쿠데타뒤 내전 아프리카 수단
1만여명 사망 · 난민 600만명
탈레반 지배 아프간은 경제난
전체 인구 55%가 식량난 겪어
전쟁 폐허 예멘 국가기능 마비
우크라·팔레스타인 자금 집중
유엔 구호모금 목표 35% 그쳐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의 관심이 ‘두 개의 전쟁’에 집중되면서 수단,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다른 분쟁·재난 지역이 외면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쏠리면서 이들 지역에 전해졌던 구호자금이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국가에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난과 자연재해까지 발생한 상황이라 올해 인도주의 위기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 인도주의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는 “2024년은 기록적인 수준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며 올해 전 세계적으로 2억3780만 명이 식량 불안을 겪을 것으로 추산했다.
◇수단, 올해 위기국가 1위지만 지원은 줄어=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수단은 1년 가까이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9년 민중봉기를 통해 30년간 독재한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한 수단은 이후 전문성 있는 관료를 중심으로 하는 내각이 출범하며 민주화되는 듯 보였으나 2021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후 정규군의 압둘팟타흐 알부르한 장군과 준군사 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실권 다툼을 벌이면서 2023년 4월에는 내전까지 발생했다. 수단의 경제적·사회적 기반은 내전을 겪으며 완전히 붕괴했다. 유엔은 내전 발생 이후 현재까지 1만2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600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나 피란민이 되거나 주변 국가의 난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종에 대한 대량 학살과 강제 이주까지 자행됐다. 동시에 식량 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의료시스템까지 무너지면서 IRC는 수단을 올해 전 세계 190개국 가운데 가장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한 나라로 지목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수단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인 2480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IRC의 에아티자즈 유지프 수단 측 이사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면서 세계 최대 기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급속히 닫히고 있다”면서 “(지원이 줄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오는 6월까지 수단 인구 700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가니스탄, 공포정치와 경제난에 고통=지난 2021년 미국의 철수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곪아가고 있다. 탈레반 집권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며 국제사회 원조가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프간 전체 인구의 55%에 달하는 2330만 명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물가도 치솟아 식량을 살 돈이 없는 부모가 자식을 팔거나 집 대신 동굴로 거처를 옮기는 가족도 속출하고 있다고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탈레반의 여성 인권 억압도 국제사회의 아프간 지원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아프간 국민은 인권 탄압과 지원 부족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강진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발생하면서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심각해진 상태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하고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한 국가가 없어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 내전에 폐허 된 예멘=예멘의 인도주의 위기는 지난 2014년 초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서북부 지역을 장악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까지 점령하면서 나라 전체가 반군 손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듬해 아랍에미리트(UAE) 등 9개국과 연합군을 형성해 내전에 개입했다. 내전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 국가들과 이란의 대리전 성격으로 번졌고, 미국·영국 등도 연합군 지원에 나섰다. 이후 계속된 내전은 지난해 3월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후티 반군과 사우디 간 평화협상 물꼬가 터지면서 잦아들 기회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같은 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되면서 관련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이 전쟁으로 가뜩이나 빈곤한 예멘은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맞은 나라가 됐다. 긴 내전을 겪으면서 경제가 붕괴되고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약 45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예멘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160만 명 이상이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어야만 식량 해결이 가능할 정도로 국가 기능도 마비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예멘 지원을 위해 WFP에 모인 국제사회 지원금은 6억3600만 달러로, 2016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WFP의 지원은 31만 명에 그쳤다. WFP는 올해 지원금 규모가 더 줄어들면서 오는 3월부터 8월까지 필요한 자금의 5%만이 충당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호단체 자금도 고갈 위기=유엔은 지난해 구호사업 예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567억 달러(약 74조7800억 원)를 편성했지만, 모금 실적은 목표액의 35%에 그쳤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평균 목표액의 58%가 걷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20%포인트 이상 급감한 것이다. 기부의 핵심인 서방 국가들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시선을 돌리면서 이들 지역으로 긴급자금이 집중되고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이상기온에 따른 재난 구호 수요가 폭증하면서 구호자금으로 향하는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난민 포럼에 참석해 “2023년 4억 달러가량의 재정 적자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재정 적자는 수년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며 2024년 상황 역시 큰 우려를 갖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올해 구호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대폭 줄인 464억 달러로 편성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13% 줄이고 2000명 가까운 인력을 감축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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