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정성화 "환호성·박수…제가 절실하게 연습하는 이유"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지금도 그 무대의 함성소리가 잊혀지지 않아요. 그때 이걸 위해 살아야겠다 생각했죠."
뮤지컬 배우 정성화(49)는 지금도 2004년 첫 공연의 짜릿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는 1994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드라마 '카이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일이 끊어졌다. 그때 운명처럼 '뮤지컬'이 찾아왔다.
6일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만난 정성화는 "20년 전에도 절실했고, 지금도 절실하게 뮤지컬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가 끊겼어요.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죠. 그러던 중 표인봉 선배가 연극 '아일랜드' 출연을 제안해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설도윤 제작자가 그 공연을 보러왔다가 저를 '아이 러브 유'에 불러줬어요. 제 첫 뮤지컬이었죠."
정성화는 "첫 공연 때 관객들의 함성을 들으며 눈물이 막 났다"며 "이 함성이 계속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했고, 공연을 파악하고, 나를 파악하고, 성실하게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게 습관이 됐어요. 그렇게 흐르다보니 나름의 연습량이 생겼죠. 작품이 몸에 완전히 붙을 때까지 연습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어떻게든 연습량을 지키려고 하죠. 다음 공연이 정해지면 연습을 어느 정도 하고 가요. 연습 전에도 미리 예습을 하죠. 그래야 연습 현장에서 심화과정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정성화는 자신이 '환호성'과 '박수'에 중독됐다고 했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는 매일 받아도 질리지 않아요. 그건 2시간 반 동안 내가 보여준 공연,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대한 상이죠. 이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연습하는 겁니다."
정성화는 현재 탄탄한 실력과 내공,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20년차 실력파 뮤지컬 배우다. 첫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시작으로 '영웅', '레미제라블', '킹키부츠', '레베카',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을 거치며 탄탄한 필모그라피를 쌓았다. 현재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주역 콰지모도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콰지모도는 꼽추, 애꾸눈, 절름발이인 노트르담 성당 종지기다.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고뇌다. 정성화는 콰지모도를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낮고 넓은 음역대로 노래한다. 알아들을 수 있으면서도 어눌한 발음, 최대한 낮은 자세로 무대에 선다. 목표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콰지모도'가 되는 것이다.
"한쪽 다리로만 걷고, 무대에 서 있는 것은 굉장히 힘들어요. 첫 연습 후 며칠간 앓아누웠죠. '성당의 종소리'를 노래할 때는 무대를 다 돌아다닙니다. 끝나고 나면 헉헉거릴 정도죠. 그런 것에 대비해 근육훈련, 체력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입을 비틀어도 '코어'만 잘 지키면 할 수 있어요. 발음 표현도 수월하죠."
정성화가 '노트르담 드 파리'를 처음 만난 것은 30대 때였다. "부산에서 공연을 봤는데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충격받았습니다.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저 스스로 음악을 즐기고 관객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처음입니다. 저에게는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정성화는 2009년 초연한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고, 2022년 영화 '영웅'으로 뮤지컬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얼굴을 알렸다. 정성화는 "최근에 TV매체에 출연해 노트르담 드 파리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불렀는데 댓글에 '일어나요, 에스메랄다. 독립운동해야지'라는 댓글이 있더라"며 웃어보였다.
"대표작이 있어도 다른 작품을 할 때 그게 생각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배우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과 관련된 댓글을 많이 찾아보는데 '노트르담 드 파리' 첫공 후에 '청아한 콰지모도'라는 표현이 있었어요. 저를 되돌아보게 되는 표현이었죠. 노래와 표현을 분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만들어보고 있어요."
20년차 뮤지컬 배우로 숙성의 시간을 거치며 정성화는 '사람'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발전을 위한 치열한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며 나이를 먹고, 중요한 것은 동료들이라는 것을 느낀다"며 "무대에서 저에게 집중하는 스탭, 앙상블, 동료 배우들과 인간적 관계를 잘 구축하며 살아가는 게 배우로서 할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배우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제 성장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곧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공연을 시작하는데 계속 발전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이 끝나면 다른 목소리, 다른 울림통도 찾아보고 싶어요. 제가 바리톤 음색인데 고음도 개발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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