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전' 7점 차 밀렸는데...용병 무라드 수납한 틸리카이넨 감독?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가용한 모든 카드를 다 꺼내서 필사적으로 치러야하는 빅매치였다. 최소 풀세트 혈전을 예상했지만 선두 대한항공(67점)은 2위 우리카드(66점)에 단 한 점도 따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지난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0(25-21, 27-25, 25-23)으로 돌려세웠다.
이 날 경기는 리그 선두 대한항공과 2위 우리카드의 시즌 마지막 격돌, 남자부 정규리그 최고의 빅매치로 꼽혔다.
대한항공은 우리카드와의 경기를 3점으로 이기면 오는 10일 OK금융그룹전에서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한국배구연맹(KOVO)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날 경기를 콕 집어 '정규리그 1위 결정의 윤곽이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시즌 상대전적은 1~5라운드를 통틀어 3승2패. 우리카드가 근소하게 앞서있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시즌 후반에 접어드는 4,5라운드를 모두 대한항공에 내줬다.
정규리그 1위를 자력으로 확정짓고 싶은 대한항공이 마지막 홈경기에서 필사를 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우리카드의 선발로는 한태준, 송명근, 이상현, 잇세이, 아르템, 김영준, 박진우가 출전했으며 대한항공은 김민재, 임동혁, 정지석, 한선수, 정성민, 김규민, 정한용이 나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우리카드는 송명근의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대한항공의 수비를 뒤흔들었다. 22-23시즌 1라운드 4순위로 데뷔한 만 19세 세터 한태준의 감각적인 조율도 노련한 대한항공의 진영을 압도했다.
우리카드는 이 날 범실을 줄이고 대한항공의 블로킹, 리시브를 흔드는데 주력했다.
평소 백업과 주전의 경기력 차이를 줄이기 위해 고른 기용을 선호하는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 날 선발로 임동혁을 내세웠다. 부상을 입어 방출된 용병 링컨의 교체 선수로 영입한 무라드 칸(파키스탄)은 특별한 피지컬 이슈가 없음에도 웜업존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실제로 이날 임동혁은 19득점(공격성공률 48.65%)으로 상대 송명근과 똑같은 득점 기록을 남겼다. 다만 대한항공은 아포짓을 제외하고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득점이 부진했다. 정지석이 8득점에 그쳤고 1세트 교체에 2,3세트 선발 출전한 곽승석이 4득점을 올렸다. 미들블로커진도 김민재(8득점)를 제외하고 썩 잘 풀린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문제는 경기 중후반부터 풀세트 출전한 임동혁의 체력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틸리카이넨 감독은 임동혁을 교체하지 않고 전 세트 붙박이로 사용했다. 2세트는 단 한번의 교체출전이 없었다. 임동혁은 급격하게 지치는 모습을 보이며 자잘한 실수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작전타임 당시 적장 신영철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임동혁만 막으면 된다"고 지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3세트에서도 임동혁은 속수무책으로 전위에서 막히는 모습을 보였다. 박진우와 아르템의 블로킹에 차단당했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공격이 네트에 걸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별 움직임없이 경기를 계속 지켜보던 틸리카이넨 감독은 임동혁이 박진우의 블로킹에 또 한번 잡혀 점수가 8-15까지 벌어지고 난 후에야 무라드를 투입했다.
무라드가 투입된 뒤 물꼬를 트는 후위득점을 한 개 올렸고, 조재영이 3연속 득점하며 뒤늦은 추격이 시작됐다. 맹렬하게 쫓아가 1점 차까지 거리를 좁혔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매우 중요한 경기임에도 출전 기회를 적게 받은 무라드는 이 날 5득점(공격성공률 50%)을 기록했다.
21-22시즌부터 대한항공을 이끄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최대한 용병에 의존하지 않는 팀 컬러를 추구하려 한다.
다만 이 경우는 용병에 의존하고, 아니고의 문제를 떠나 주 공격수의 체력 안배를 위한 교체 전술이 한 템포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토종 아포짓 임동혁의 해결 능력을 믿는 사령탑의 신뢰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공격이 막히게 되면 공격수는 떨어지는 텐션과 반비례해 마음이 조급해진다. 교체 타이밍을 놓칠 경우 잔범실과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패인으로 직결된다.
선두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주요한 경기를 놓친 대한항공은 이제 10일 OK금융그룹전, 14일 KB손해보험전 두 경기만을 남겨놓았다. 최대한으로 승점 6점을 따내도 73점이다.
더 불리한 것은 현재 1점 차로 뒤를 바싹 쫓는 우리카드가 한 경기를 더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카드는 9일 KB손해보험전, 12일 현대캐피탈전, 16일 삼성화재전까지 치른 후 정규리그를 마친다. 만일 우리카드가 여남은 경기에서 승점 최소 7점을 확보, 승패수 차이로 앞서게 되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는다.
자력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우리카드는 오는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KB손해보험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하루 뒤인 1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OK금융그룹을 만난다.
사진= MHN스포츠 DB,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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