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가 목표였는데 개발하다 보니 세계 최초…제2반도체 신화 쓸 혁신 의료기기들

유병훈 기자 2024. 3. 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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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전주기의료기연구개발사업
437개 과제 중 대표 10개 과제 선정
세계 최초·국산화·사회문제 해결 의료기기
”단절없이 지원할 것”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2024년 대표과제 성과보고회 /사업단 제공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적 지원을 받아 첨단 기술로 무장한 한국 의료기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혁신의료기기 기업과 기술들이 공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6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에서 ‘2024년 성과 보고회’를 열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기 기술 10선을 발표했다.

사업단은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437개 연구과제에 약 8523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사업화까지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전주기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논문 1805건, 특허 출원·등록 1991건, 임상·비임상시험 1019건, 품목 인허가 206건, 창업·매출·투자유치 등 사업화 성과 167건 등의 성과를 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2021년 86억달러 수준이던 의료기기 수출액을 오는 2027년까지 160억달러까지 확대해 세계 5위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단은 지난해부터 이런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은 10대 유망 대표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김법민 사업단장은 “사업단을 통해 추진된 과제 가운데 기술적 진보성이 탁월하거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면에서 매력적인 품목을 선정했다”며 “향후 정부 부처와 산‧학‧연‧병의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하도록 단절 없이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10대 과제는 크게 세계 최초, 국산화와 수출산업화, 사회공헌을 기준으로 나뉜다.

범부처 사업단이 선정한 10대 성과 중 세계최초 기술. 위에서부터 토닥 인공 달팽이관, 진씨커 폐암진단키트, 메디컬아이피 로봇수술 네비게이션

◇ 세계 최초 의료기기

보청기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도 이상 난청 환자나 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 달팽이관(와우)은 코클리어, 메델, AB 등 글로벌 3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국내에선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의료기기 회사 토닥이 개발한 인공 달팽이관은 단순한 수입대체화를 넘어 세계 최정상의 기술력으로 약 3조원 규모에 달하는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3사는 22채널의 인공 달팽이관을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지만, 토닥의 인공 달팽이관은 세계 최초의 능동 이식형 32채널 인공 달팽이관인데다 전극 생산 과정도 자동화해 대량생산 기반까지 구축했다. 지난 2022년 63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에는 20억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도 유치했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접목해 폐암 진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성과도 나왔다. 진씨커는 두 기술을 융합해 암세포 돌연변이 유전자 증폭으로 혈액 내 폐암 유전자 변이를 검출하는 초정밀 체외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유전자 교정기술인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정상세포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암세포 돌연변이 유전자만을 증폭시키는 신기술로 초정밀 진단법을 구현했다. 환자에게 상처를 내지 않고도 기존 유전자 진단의 낮은 정밀도나 민감도를 극복하게 됐다. 현재는 폐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유방암·난소암·췌장암·대장암까지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복잡한 수술의 경우에는 베테랑 의사들도 장기나 병변의 위치·깊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메디컬아이피는 3차원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했다. 디지털트윈 기술은 현존하는 사물이나 환경을 컴퓨터상에 구현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 모의시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수술 전 증강현실(AR)로 수술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AR을 반영한 의료기기로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하지만, 3D 오차가 1.9mm에 불과하고 인체 구조물 인식정확도는 96%에 육박해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인증을 받았다. 190억원의 투자 유치도 주요 성과다.

범부처 사업단이 선정한 10대 성과 중 국산화 기술. 왼쪽부터 시노펙스의 인공신장기, 아이센스의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큐리오시스의 디지털 병리기기 /사업단 제공

◇ 국산화·수출산업화할 의료기기

시노펙스가 개발하는 원격 모니터링 이동형 혈액투석 의료기기는 첫 국산 인공신장기다. 혈액투석 필터와 세균을 완전히 제거하는 이동형 역삼투압(RO) 정수 시스템을 국산화하고, 저유량·고유량 각 5종 등 다양한 형태의 혈액투석 필터 제조라인과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재택혈액 투석 의료서비스까지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2022년 4월 1일부터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정부 출연금 37억5000만원을 투자받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저유량·고유량 각 5종 등 총 10종의 필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신장기 시스템과 이동형 정수 시스템도 국산화했다.

아이센스는 현재 전량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국산화하고 있다. 현재의 제품보다 성능을 높여 혈액이 아닌 혈관·조직 외부의 체액에서 포도당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 기간은 지난 2022년 4월 1일부터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계획됐지만, 이미 국내 최초로 CGM을 상용화하는 데 이어 세계 최고 사양의 초소형 제품도 개발했다.

해외 수출을 앞둔 국산 병리기기도 있다. 기존에는 암 환자의 암 조직을 검사할 경우, 조직을 떼어낸 후 별도의 조작을 가해야 했다. 암세포를 반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일부 추출이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조직을 따로 모아 파라핀으로 조직을 고형화한 후 얇은 절편이나 슬라이드로 만드는 것이다.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조작 난이도가 높은 것은 물론 조작이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다. 큐리오시스는 슬라이드를 만들지 않아도 디지털 영상화하는 방식으로 진단의 정밀도와 편의성을 모두 잡았다. 대학병원에 이미 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MSP제품 신제품(NEP) 인증을 획득하고 한국무역협회에서 무역의 날 ‘100만불 수출의 탑 상’도 수상했다. 현재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판독까지 가능한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테크 시장조사업체인 CB 인사이트가 꼽은 디지털 헬스 50대 기업에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메디픽셀이 포함됐다. 메디픽셀의 심혈관 다중융합영상 AI 솔루션은 AI를 이용해 심혈관 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 분할·분류는 물론 형태적·기능적으로도 심혈관을 분석할 수 있다. 의사의 의사 결정을 실시간으로 도울 수 있다. 또 혈관 내 초음파 영상과 융합한 것도 세계 최초의 성과다.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아 지난해에만 총 60억원 상당의 계약을 맺었다.

제이엘케이는 1호·최초 타이틀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코스닥 상장 1호 의료 AI 기업이자 인공지능 분야 혁신의료기술 최초로 비급여 적용을 받은 기업으로, 제이엘케이가 개발한 뇌경색 진료 소프트웨어와 의료기기는 국내 제1호 혁신의료기기통합심사 품목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제품은 뇌졸중 중에서도 발병 비율이 가장 높은 뇌경색의 원인을 판단하고 중증도를 예측한다. 지난해 2월 출시됐는데 12월 기준 벌써 210개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범부처 사업단이 선정한 10대 성과 중 국산화 기술. 왼쪽부터 메디픽셀의 심혈관 다중융합영상 AI 솔루션과 제이엘케이의 뇌경색 진료 소프트웨어-의료기기 /사업단 제공

◇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의료기기

현재 노약자나 장애인이 사용하는 보행 보조 로봇들은 ‘사람을 로봇에 맞춘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의 완성도가 낮아 맞춤형 설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엔젤로보틱스가 만든 착용형(웨어러블) 보행 재활 로봇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해 환자의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착용할 경우 환자의 보행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탑재해 보행력을 지원해 줌으로써 재활 효과까지 극대화할 수 있다. 이미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시판 중이고, 지난 2022년에는 건강보험 선별 급여도 가능해졌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추가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뇌졸중과 파킨슨병, 척추 손상 환자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사회적 공헌도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의료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환자들의 배설물 관리다. 배설은 위생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중요한 임상 정보를 담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큐라코의 스마트 배설케어시스템은 대·소변의 영상 정보를 얻어 배설 횟수나 배설량·색깔·형태 등을 자동으로 입력한다. 또 시중의 비데처럼 세척과 건조도 할 수 있어 배설 간호 부담을 덜어주고 간병 인력의 2차 감염이나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기도 하다. 개발업체 큐리코는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투자펀드 1호 유치 기업이며, 미국 보험청(CMS)에서 예비 공적급여 코드를 부여받는 등 미·일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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