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섬김, 가장 강력한 정치

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신부 2024. 3.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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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이 가리지 않고, 선호하는 식품의 첫 자리는 단연 커피일 것이다.

그 친구는 '카모마일'을 요청했지만, 필자는 '카모1'로 받아적고, 이를 '카페모카'로 잘못 주문한 것이다.

자신있게 요즘 MZ 세대처럼 줄임말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에 우쭐해져서, 착오를 일으키고 말았다.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섬기는 자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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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신부

우리나라 국민이 가리지 않고, 선호하는 식품의 첫 자리는 단연 커피일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커피 소비국이 됐고, 길가에는 수많은 종류의 커피 매장이 즐비하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필자는 한 커피 매장에서 일행들 중 대표로 단체주문을 하게 됐다. 일행들의 주문을 메모장에 적은 후, 카운터로 다가가 자신 있게 주문을 했다. 잠시 후 커피가 모두 나오고 일행들에게 주문한 커피를 모두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자신이 주문한 것과 맞지 않다고 했다.

확인해 보니, 그 친구의 말을 받아적은 메모장에는 '카모1'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친구는 '카모마일'을 요청했지만, 필자는 '카모1'로 받아적고, 이를 '카페모카'로 잘못 주문한 것이다. 자신있게 요즘 MZ 세대처럼 줄임말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에 우쭐해져서, 착오를 일으키고 말았다. 필자는 다시 양해를 구하고 주문을 새로 하려는 찰나에 그 분의 답변이 인상 깊다.

"잘못시키셨지만, 저는 괜찮으니 이대로 먹겠습니다."

상대방의 실수를 수용하는 모습이 오늘의 시대에 참으로 귀하게 다가왔다.

'너와 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하면 서로 갈라지고 서로의 시비를 가리게 된다. 하지만 서로가 지닌 고유성을 존중하게 되면 양쪽 모두 빛이 난다. 더 나아가, 개인의 자율과 독립성은 공동체의 수용과 인정 안에 있을 때, 더욱 성장하고 나눔의 형태로 진화한다. 반면 개인에 대한 공동체의 무관심과 판단은 개인을 공동체에서 갈라지게 하고, 서로에 대한 혐오의 형태로 진화한다.

일치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곧 서로를 섬겨야 한다는 의미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상대방을 진정으로 대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대할 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되면서 상대방을 더욱 존중하게 될 것이다. '카페모카'를 받아마신 사람의 마음이 실수한 필자에게 전해져서 존중받는 마음이 들게 하고 서로 간에 더욱 일치하는 마음을 얻게되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를 비난하고 상대방을 평가절하하는 모습, 단언하는 모습은 높아지려 하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될 뿐이다.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루카복음 10장 5-6절).

서로를 섬기는 사람은 자신의 비천한 신분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고귀함 때문에 하는 것이다. 자, 총선이 이제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섬기는 자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이루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 높아지고 싶은 사람도 좋지만, 가장 힘 있는 통치 행위인 섬김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면 어떨까. 그리하여,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를 꿈꾸어 보는 것이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치부되지 않도록 말이다. 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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