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학교는 망하지 않았다.

김의성 변호사 2024. 3.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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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 변호사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설렘과 걱정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요즘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훨씬 더 큰 듯하다.

지난해 교육계에는 참 많은 이슈가 있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사건, 서이초 교사 사망으로 촉발된 교육활동 침해사건, 주호민 작가와 특수교사의 법적 분쟁에서 불거진 '몰래 녹음'과 아동학대 문제는 여전히 논란 속에 진행되고 있다.

뉴스에 비친 학교의 모습은 혼돈 그 자체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고, 교사는 더 이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학교 구성원 사이에는 "이제 학교는 망했다"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망해서도 안 되고 망하지도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위험한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뉴스에서 일일이 다루지 않았을 뿐 과거 학교는 폭력과 위험 요소가 난무하던 공간이었다. 일진이 실제로 존재했고, 걸핏하면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선·후배 간의 위계도 강해서 구조적인 폭력도 적지 않았다.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체벌도 잦았고, 인권침해에 가까운 강압적 규율도 존재했다(과거의 학교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시청해 보자). 학교 안전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한 학교 시설과 시스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 학교가 망해가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발전하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관점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과거에 비해 학교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폭력행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논의될 정도로 학생의 인권이 제한받던 학교문화가 이제는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이야기할 수준에 이르렀다. 학교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에서 점차 벗어나 학부모 교육 참여가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학부모의 교육 개입이 과도해지며 교사의 본질적 역할이 훼손되자 다시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과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 학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과거의 경험을 잣대로 학교를 판단하여 학교문화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특별한 이슈에만 집중하여 교육의 본질적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학교생활을 기준으로 현재의 학교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자신이 경험했던 심각하고 구조적인 폭력 그리고 이에 무관심했던 학교를 떠올린다. 교사의 생활지도라는 표현에는 억압받았던 학창 시절과 '미친개' 교사의 악몽이 연결된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 학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현재 학교 문화와 맞지 않는다.

정부는 특별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들끓는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건 중심의 극단적 대책을 내어놓는다.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사건들을 계기로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해당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어 제도를 만들어가면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교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부모의 불안을 가라앉히고, 새로운 학교문화에 적응하며 여유롭고 관용적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즉각적이고 충격적인 효과에 기대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적 방향을 설정하는 차분함을 유지하여야 한다.

올해는 작년의 이슈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변화된 학교폭력 제도와 교권 보호제도 그리고 법령과 학칙 중심의 학생생활지도 제도가 시행된다. 아마도 많이 낯설고 어색할 것이다. 특별한 이슈를 기준으로 마련한 제도이다 보니 새로운 분쟁도 예상된다. 하지만 학교가 망했다고 자조할 일이 아니라 성장통으로 받아들이고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면 된다. 학교를 부정하는 시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보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교육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의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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