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연봉은 또 올랐는데 배당은 줄어…고려아연 주주들 화났다
최윤범 회장 보수 매년 크게 올라…경영책임 없는 최창걸 명예회장도 5년간 100억 수령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배당을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최대주주 영풍(25%) 등 기존 주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래 투자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는 고려아연의 설명과 달리 최윤범 회장 보수만큼은 해마다 수직상승하고 있어서다. 경영상 책임을 지지 않는 3명의 명예회장이 연간 수십억 원의 보수를 챙기는 것도 주주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023년 결산 배당으로 주당 5000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간 배당 1만 원을 더하면 주당 총 1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5000원 줄었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부진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3% 감소한 6590억 원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5330억 원으로 33.2% 줄었다. 순이익이 줄어든 만큼 배당 축소는 불가피할 수 있다. 고려아연도 실적을 비춰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적 악화 속에서도 경영진의 지갑은 두둑해지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연도별 보수는 △2019년 7억4600만 원 △2020년 9억2500만 원 △2021년 10억 원 △2022년 19억5900만 원이다. 회장으로 승진한 지난해 상반기엔 12억7000만 원을 받았다. 실적 악화에도 연간 기준으로 전년 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주들만 실적 악화 고통을 떠안는 셈이다.
경영에 책임이 없는 명예회장이 매년 수십억 원의 보수를 챙긴다는 점도 주주 반발을 사고 있다. 고려아연은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3명의 명예회장을 두고 있다. 그중 지난 2002년부터 명예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윤범 회장의 부친 최창걸 명예회장은 매해 20억 원 가까운 돈을 받고 있다. 연도별 보수는 △2018년 18억5300만 원 △2019년 19억2700만 원 △2020년 19억4500만 원 △2021년 20억2400만 원 △2022년 21억2800만 원이다. 과거 5년간 보수는 98억7700만 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보수는 6억9100만 원이다. 명예회장으로 지난 20년 동안 받은 보수는 수백억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창걸 명예회장은 수년간 현직 경영진을 앞지르고 사내 보수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21년에 받은 연간 보수(20억2400만 원)는 당시 고려아연을 이끈 최창근 회장(현 명예회장·17억3100만 원)보다 3억 원가량 많았다.
고려아연 주요 경영진이 높은 보수를 챙기는 사이 주주들은 주주가치 하락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2022년 11월 최고가 68만5000원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6일 종가(43만6000원)와 비교하면 36.4%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1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공시도 힘을 쓰지 못했다.
2022년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맞교환 등을 통해 한화, 현대차 등에 지분을 넘겨 약 16%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 점도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배당 축소 비판에 대해 고려아연이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전체 주주환원율은 76.3%로 전년(50.9%)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해도 기존 주주들의 마음이 쉽게 돌아서지 않는 이유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해외 합작법인 대상' 조건을 없애 규정을 완화하는 안건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마저 줄인다면 주주가치가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성두 영풍 부사장은 "고려아연 경영에 간섭할 계획은 없다"며 "배당 축소는 주주권익의 심각한 침해가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의 입장을 표하고 오는 19일 사상 첫 표 대결에 나서기로 했다. 양측은 각각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를 맡을 법인을 선임하고 표심 확보에 나섰다. 소액주주들은 대체로 영풍 측의 주당 1만 원 배당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KCGI자산운용 측은 "배당 1만 원을 제안한 영풍 측 안건에 찬성할 것"이라며 "주주환원 입장에서 일반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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