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장은 2.5만원, 대리는 2만원”...처갓집양념치킨, 직원에 대표 선물·떡값 강제 수금

최효정 기자 2024. 3.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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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선물 준비하자”... 직원들에 생일, 설, 추석 등 年 세 차례씩 수금
치킨 500수 판매기념 인센티브에서 직원 동의없이 떡값 공제
무허가 푸드트럭도 당번제로 운영...신고당하면 직원이 경범죄 처벌
전문가들 “억압적 위계… 사실상 갈취” 지적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처갓집양념치킨이 연간 세 차례씩 주기적으로 직원들에게 돈을 걷어온 사실이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생일, 명절 등에 대표 선물 명목으로 직원들에 반강제 수금을 한 것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 임원 A씨는 지난달 직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2024년 설을 맞이해 대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리며 계좌번호를 공유했다.

아울러 직원의 직급과 이름, 금액이 적힌 엑셀파일까지 공유했다. 직급에 따라 과장은 2만5000원, 대리는 2만원, 사원은 1만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그래픽=손민균

A씨는 이는 강제사항은 아니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강제 수금이라는 반응이다. 명단 확인을 위해 입금이 곤란한 사람은 개인 연락을 달라는 내용까지 공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처갓집양념치킨 직원은 “형식상 강제가 아니라고 공지를 하지만, 이름과 금액까지 적은 파일은 공유하는데 어떻게 돈을 안보내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치킨 500만수 판매 기념 인센티브에서도 주문 제작 떡값 명목으로 개인별 부담 금액을 산정해 이를 직원 동의 없이 월급에서 차감시켰다.

이처럼 모인 ‘대표님 선물 비용’이라는 목적의 수금 행위는 1년에 세 차례씩 이어졌다. 생일뿐만 아니라 추석과 설 명절에도 이같은 일은 반복됐다.

처갓집양념치킨이 직원들을 강제로 동원해 운영하는 무허가 푸드트럭./독자 제공

이 뿐만 아니다. 처갓집양념치킨은 상시적으로 아파트 단지 등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직원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있다. 당번제로 푸드트럭을 하루 14시간 운영하는 업무다.

문제는 이 푸드트럭이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지 않은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식 노점이라는 점이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무허가 운영에 대한 책임을 동원된 직원이 져야 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직원은 “경찰 신고가 들어가면 직원이 가서 이름을 적어야 하고, 경범죄로 처벌을 받는다. 직원 홀로 감당해야 되는 일이고 업무 강도도 높아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임원의 가족상에 휴일임에도 직원들을 동원하는 등 착취가 일상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처갓집양념치킨 측은 이는 사내에서 형성된 자연스러운 문화로 전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처갓집양념치킨 관계자는 “전혀 강제성이 없는 수금이다. 실제로 대표님이 직접 설날 선물을 주시고, 현장에 직원들과 같이 나가서 일하시는 분이라 직원들이 십시일반해서 자연스러운 문화“라며 ”심지어는 대표님의 본인의 인센티브를 직접 직원들에게 나눠 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엔터식스와 프랭크버거에서도 사장 선물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돈을 강제수금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프랭크버거는 최근 대표이사 A씨의 회갑연을 앞두고 임원의 경우 7만원, 부장과 차장의 경우 5만원, 과장·대리·사원의 경우 3만원의 경조사금을 수금한 바 있다.

엔터식스는 명절과 생일에 선물 명목으로 직원들에 최소 4만원의 금액부터 최대 30만원까지 돈을 걷어 회장, 사장에게 육류 세트 등을 명절 선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갓집양념치킨은 1983년 대구에서 창업한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다. 120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며 매장수 기준 4위권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있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 한국일오삼은 최근 주관사를 선정하며 교촌에프앤비에 이은 치킨 프랜차이즈 2호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일오삼은 2022년 기준으로 매출은 2153억원, 영업이익은 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직장 내 갑질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으로 폐쇄된 기업 환경과 억압적인 위계 구조 등을 꼽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위계 관계를 악용해 직원들에게 선의를 포장한 ‘갈취’ 행위를 한 것”이라며 “특히 인원이 적은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자들이 잘못된 관행을 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벌어지는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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