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는 10살 아들을 탑차에 태웠다…“육아휴직 안 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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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이요? 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상상도 못 해요."
다수의 남성들이 '사회의 부정적 시선'과 '직장 내 불이익'을 우려해 선뜻 육아휴직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원씨처럼 고용이 불안한 남성들에게 육아휴직은 더더욱 고려해볼 만한 옵션도 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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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학원도 쉬는 ‘공포’의 2월 첫주
택배차에 아들 태우고 함께 배달 다녀
육아휴직 사용한 남성의 85% ‘정규직’
무기계약직 13%…비정규직 고작 2%
“육아휴직이요? 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상상도 못 해요.”
택배기사 경력 18년째인 원영부(54)씨에게 2월 첫째주는 ‘공포 주간’이다. 원씨는 부인과 함께 택배 일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학교도 방학하고 학원도 쉬는 2월 첫째 주가 오면 10살 아들을 맡길 곳이 따로 없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업체와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수수료 형태로 대가를 받는 일이다 보니 육아휴직 기간 동안만 배송구역을 비워두는 일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와서 원래 맡은 배송구역을 맡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그사이 회사에선 다른 택배기사를 배치하면 그만이거든요.” 원씨 부부에게 육아휴직은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 문제는 둘째 치고 아예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생존의 문제다. 아이를 집에 홀로 둘 수 없는 부부는 이 기간 아이를 택배 차에 태우고 함께 다니는 걸 선택했다.
다수의 남성들이 ‘사회의 부정적 시선’과 ‘직장 내 불이익’을 우려해 선뜻 육아휴직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원씨처럼 고용이 불안한 남성들에게 육아휴직은 더더욱 고려해볼 만한 옵션도 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6일 공개된 한겨레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있는 조사 대상 남성(1720명) 10명 중 8명(85.1%)은 정규직이었다. 반면 무기계약직은 12.8%, 비정규직은 2.1%에 그쳤다. 고용 불안정이 육아휴직 사용 어려움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응답자들 가운데 부부 모두 정규직(57.2%)인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부부 둘 다 정규직이 아닌 경우는 13.4%에 그쳤다.
정부는 2021년 4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하며 불안정 노동으로 인한 육아휴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 지급 대상자를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예술인·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 가입해 일하는 모든 취업자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택배기사와 학습지 방문강사, 대리운전 등 일부 직종에 한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례 규정도 마련됐다. 하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육아휴직 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며 ‘고용보험 대상자 확대에 다른 육아휴직 제도 확대 방안 검토’를 추진과제로 제시했지만,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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