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신장병 치료제 개발"…이 사람 정체는 '의사'[펫피플]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AIM단백질은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건강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미야자키 토루)
"대부분 고양이들이 신장병에 걸립니다. AIM으로 고양이 신장병 치료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코바야시 모토로)
의사인 미야자키 토루(Miyazaki Toru)와 수의사인 코바야시 모토로(Kobayashi Motoro)의 운명적인 만남은 수년 전 일본의 한 세미나장에서 이뤄졌다.
면역학 박사인 미야자키 토루 AIM의학연구소 소장은 20여 년 전 세계 최초로 AIM 단백질을 발견한 인물이다.
AIM은 신장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성분이다. AIM단백질이 체내에서 제 역할을 해야 노폐물이 걸러진다. 그렇지 않으면 노폐물이 쌓여서 신장 질환이 발병하게 된다.
사람의 경우 AIM단백질 활성화가 잘 된다. 반면 고양이들은 AIM단백질이 비활성화돼 신장병이 많이 생긴다. 이를 확인한 미야자키 토루 박사와 코바야시 모토로 수의사가 고양이 신장병과 치료제(신약)를 함께 연구하기로 하면서 아픈 고양이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야자키 토루 박사가 모모그룹 야옹섬의 초청으로 서울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애묘인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의사·수의사의 만남…고양이 신장병 치료제 개발 나서
미야자키 박사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고양이 신장병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수의사와의 만남'이라고 밝혔다.
그는 "AIM단백질 발견 당시 크기가 너무 작아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처음엔 AIM 단백질이 비만, 알츠하이머 등과 관련 있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했고 학회, 세미나를 통해 AIM단백질을 계속 알렸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박사는 도쿄대학교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지난 2016년 AIM단백질 비활성화로 인해 고양이가 신장병에 걸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때마침 강아지와 고양이 비만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던 코바야시 수의사는 미야자키 박사의 AIM세미나에 참석했다. 미야자키 박사의 세미나를 들은 코바야시 수의사는 'AIM단백질로 고양이 신장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미야자키 박사를 만나 함께 AIM단백질과 고양이 신장병의 관련성을 연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비용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동경대 교수였던 미야자키 박사는 학교로부터 인체용의약품 개발 비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물용의약품 개발이나 연구비를 청구할 수는 없었다.
일부 기업에서 후원을 했지만 이내 코로나가 찾아왔다. 연구는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 같은 사정이 2021년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애묘인들이 뭉쳐 미야자키 박사의 연구를 후원하기 시작한 것.
미야자키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도 고양이도 똑같은 생명인데 거의 연구가 끝난 고양이의 치료제 개발을 재정적 문제로 중단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며 "그런데 이후 기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경대에 기부를 한 것.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30억 원을 기부하면서 연구는 계속 됐다. 연구에 탄력을 받은 미야자키 박사는 올해 상반기 관련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야자키 박사는 "고양이 만성 신부전에 있어 치료제의 테스트 결과 연구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효과를 보였다"면서 "단 한 케이스의 부작용도 없었으며 몇 번의 주사만으로 신장병 관리가 가능했다"고 연구결과를 살짝 귀띔했다.
고양이 신장병 치료제 연구개발 소식은 국내 애묘인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고양이들을 신장병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보호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따로 없다.
◇크집사와 인연…연구결과 바탕으로 한 보조제 곧 출시
이번 미야자키 박사의 한국 방문은 140여만 명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유튜버 크집사와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크집사는 신장병을 앓고 있는 고양이 티티를 살리기 위해 보조제, 로얄캐닌 사료 등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크집사는 2022년 미야자키 박사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고양이 신장병 보조제 개발 소식을 들었다. 보조제보다 우위인 치료제는 임상 시험과 허가를 받아야 해서 빠르면 오는 2027년 이후 나올 수 있다.
티티는 올해 9세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5세인 점을 고려할 때 신장병을 고치려면 국내에 치료제가 하루빨리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외국에서 검증된 동물용의약품이라고 해도 국내에 수입하려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절차에 따라야 하는 만큼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미야자키 박사는 "크집사의 간곡한 요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며 "한국은 일본보다 치료제가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최신 연구 결과 공유와 보조제 개발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치료제가 국내에 출시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고양이 신장 건강관리를 위한 보조제는 이달 안에 나올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고양이 보호자들이 AIM단백질 치료제 연구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며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관심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기다리고 응원해달라"고 말했다.[해피펫]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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