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부탁했다…이정후 ML 맞춤 헬멧 드디어 도착, 유일한 고민도 해결됐다
[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순조롭게 적응 중인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유일한 고민거리는 헬멧이었다. 메이저리그 야구 용품 제조 업체인 ‘롤링스’는 두상이 장두형이 대부분인 서양인에 맞춰 헬멧을 제작하는데 단두형인 동양인 선수들에겐 잘 맞지 않는다.
사이즈가 큰 헬멧을 써도 앞뒤 공간이 남아 스윙하거나 뛰어갈 때 헬멧이 훌렁 벗겨진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헬멧이 4번이나 떨어지면서 신고식을 치렀다. 스윙을 하면서 3번 벗겨졌고, 1루로 뛰어가는 중에도 한 번 헬멧이 떨어졌다. 이후 헬멧을 깊게 눌러 쓰면서 최대한 고정을 시켰지만 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도 2번 벗겨졌다.
3년 선배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먼저 겪은 일이었다. 전력 질주할 때마다 벗겨지는 헬멧이 트레이드마크가 돼 지난해 8월23일 샌디에이고 구단이 홈구장 펫코파크를 찾은 4만명의 팬들에게 선물한 김하성 버블헤드는 특별히 헬멧 탈부착이 가능하게 제작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김하성은 구단으로부터 맞춤 제작 헬멧을 받아 더는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김하성은 “나도 다 경험했던 것이고, 정후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례가 있어 정후는 조금 더 빨리 (맞춤 제작 헬멧을) 받지 않을까 싶다”며 “맞춤 제작 헬멧을 쓰고 나선 그 전보다 벗겨지지 않는다. 헬멧이 한국 것보다 많이 딱딱하고 강해 무게가 나간다. 조금만 뛰어도 흔들리면 빠지게 되는데 지금은 적응돼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김하성의 경우 메이저리그 데뷔 후 2년 반이 더 흘러 맞춤 제작 헬멧을 썼다. 그는 “내가 강하게 어필하지 않아서 그렇다. 바꿔달라는 말을 굳이 안 했는데 난 벗겨져도 크게 상관없었다. 그런데 팬분들이나 구단에서 위험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어느 순간 나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맞춤 제작을 주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루할 때 몸을 사리지 않는 김하성이라 헬멧 없이 상대 수비수와 충돌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부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맞춤 제작 헬멧을 쓴 김하성이지만 플레이할 때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그래서 주문 제작을 늦게 했지만, 이정후는 타격을 할 때도 헬멧이 신경에 거슬렸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마친 뒤 이정후는 “여기 헬멧은 한국 것보다 크다 보니 창도 앞이 길어서 투수를 볼 때 시야가 가리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창을 위로 올리고 쳐야 한다. 그래야 창 앞 부분이 밑으로 안 내려가서 투수를 조금 더 잘 볼 수 있다. 빨리 맞춤 제작 헬멧이 왔으면 좋겠다”고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헬멧이 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2일 텍사스전 후에도 이정후는 “헬멧이 계속 벗겨지니까 신경 쓰인다”고 곤혹스러워했다. 4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을 마친 뒤에도 “아직 헬멧이 안 왔다. 계속 눌러서 쓰고 있다”며 “혹시 몰라서 되든 안 되든 내가 한국에서 원래 쓰던 헬멧 업체에도 연락을 해놓았다. 개막 전에는 올 것 같다. (규정상 롤링스사가 아닌 헬멧 착용이)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된다고 하면 한국에서 오는 걸 쓰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긴급히 연락을 할 정도로 헬멧 문제를 이정후는 꽤 심각하게 느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볼에 적응하고, 리그 환경에 익숙해져야 할 시기에 헬멧이 말썽을 부렸지만 다행히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을 앞두고 롤링사의 맞춤 제작 헬멧이 도착했다. 김하성 사이즈에 맞춘 헬멧이었다. 경기 전부터 이정후는 새 헬멧을 쓰고 머리를 흔들었는데 고정된 느낌에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중 스윙을 하거나 전력 질주를 해도 헬멧이 머리에 딱 붙어 벗겨지지 않았다. 이정후는 “하성이형이 쓰는 것과 같은 건데 벗겨지지 않아서 좋다”며 그제서야 비로소 활짝 웃었다.
유일한 고민거리였던 헬멧 문제까지 해결되면서 이정후는 시즌 준비에 모든 집중을 쏟을 수 있게 됐다. 5일 콜로라도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고 교체됐지만 근육통이 있었을 뿐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4~5일 연이틀 원정경기에 나선 이정후에게 6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은 예정된 휴식일이었고, 7일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가 없는 날이다. 캠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이틀을 쉬며 재충전한 이정후는 8일 LA 다저스전부터 다시 시범경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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