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에 초급속 충전까지"…저력의 K-배터리 한데 모였다
전세계 18개국 579개 배터리 업체 총출동
역대급 규모 속 K-배터리 혁신 기술 눈길
"K-배터리 내실 다지고 새로운 도약 모색"
국내 최대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가 6일 막을 올렸다. 지난해를 뛰어넘는 역대급 규모로 원재료부터 소재·장비·제조·재활용까지 배터리 업계가 총출동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혁신 기술과 신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배터리의 저력이 행사 내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에는 전세계 18개국 579개 배터리 업체가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참가 업체가 100개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시회에 마련된 부스만 1900개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를 포함해 포스코·에코프로 등 주요 업체가 대거 참여했다.
개막 첫날 이른 시간부터 행사장은 배터리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를 공유하려는 업계 관계자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잠시 움츠러든 업황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K-배터리의 위상을 입증하듯 해외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인터배터리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인상이었다.
올해 인터배터리는 무엇보다 K-배터리의 신기술과 제품에 이목이 쏠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하고, 자체 개발한 파우치형 CTP(셀투팩) 기술을 최초 공개했다. 셀투팩 기술은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배터리 무게와 비용을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팩을 구성하는 부품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해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완성차 업체와 셀투팩 공급 계약을 진행중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많이 논의하고 있고, 결과가 나오면 공유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전고체 배터리 샘플 개발 시점에 대해서는 "준비하고 있는데 미래 기술이다 보니 완성도가 높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된 것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에서 배터리 관리 토탈 솔루션(BMTS) 사업도 소개했다. 기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더욱 고도화한 개념으로, BMS 서비스를 비롯해 배터리별 특화된 안전진단과 상태 추정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미래형 모빌리티에 적합한 솔루션까지 배터리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SDI는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900Wh/L ASB(All Solid Battery·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ASB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의 위험성이 적고 주행거리가 길어 배터리 업계에서 주목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삼성SDI는 현재 양산 중인 각형 배터리(P5)와 비교해 약 40% 가량 향상된 에너지 밀도 900Wh/L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준비중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에,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2026년에 각각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또 업계 최초로 9분 만에 8%에서 80%까지 셀 충전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 기술도 발표했다. 해당 기술은 2026년 양산 목표로 개발중이다. 기존 P5 배터리 대비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20년간 사용 가능한 초장수명 배터리의 2029년 양산 계획을 소개하며 미래 배터리 기술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SK온은 '어드밴스트 SF(Super Fast) 배터리'로 집약한 급속충전 성능을 선보였다. SF 배터리는 SK온이 2021년 처음 공개한 하이니켈 배터리로, 18분 만에 셀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는 이보다 에너지 밀도는 9% 높이면서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한 혁신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가 같다면 기존 SF 배터리보다 급속충전 성능이 약 18% 개선된 셈이다. 보통 에너지 밀도가 10% 증가하면 급속충전 시간은 20% 증가한다.
SK온은 특수 코팅 공법으로 음극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음극 정렬 공법을 적용해 리튬이온 이동경로를 단축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 속도를 최대화할 수 있는 분석 기술로 최적화된 급속충전 프로토콜까지 구현하면서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를 개발했다. SK온의 이같은 기술은 향후 전기차 사용 편의성을 대폭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장을 찾은 이석희 SK온 사장은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성과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올해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전 구성원이 노력하고 있고 특히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적시 생산과 지속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내부 혁신을 통해서 올해 수익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전시회에서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퓨처엠을 아우르는 그룹 이차전지소재 '풀 밸류 체인'(Full Value Chain)을 내놨다. 지난해까지는 포스코퓨처엠이 그룹을 대표해 양·음극재 사업을 중심으로 소개했지만, 올해부터는 포스코홀딩스 주도로 이차전지소재 원료생산 단계부터 선보이며 영역을 한층 확대했다.
영역 확대에서 엿볼 수 있는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사업 육성 의지는 차기 회장 체제에서도 강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는 '전체적으로 이차전지 투자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며 "장 후보는 이차전지 투자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 앞으로 미래 성장 산업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에 큰 방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를 맞으면서 정체기를 맞이한 배터리 산업은 올해를 오히려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전환의 해'로 삼겠다는 각오다. 인터배터리를 주관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의 박태성 상근부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K-배터리의 내실을 다지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인터배터리가 최신 기술과 시장 정보 그리고 업계 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글로벌 배터리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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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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