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투표했다”… ‘역대급 비호감’ 두 후보 회의감도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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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는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 없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조) 바이든에 투표했다. 국경 정책에도 중동 전쟁 지원책에도 모두 실망했지만,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는 이겨야 한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15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대선 경선을 치른 '슈퍼 화요일'인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카운티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히스패닉계 직장인 마이라 애덤스(36)는 두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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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년 만에 전현직 대통령 대결
바이든, 사모아 뺀 15곳 모두 승리
나이 이슈·국경·외교·경제 발목
트럼프, 버몬트 제외한 14곳 석권
대선 기소 등 사법 리스크 이어져
“우리 주는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 없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조) 바이든에 투표했다. 국경 정책에도 중동 전쟁 지원책에도 모두 실망했지만,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는 이겨야 한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15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대선 경선을 치른 ‘슈퍼 화요일’인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카운티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히스패닉계 직장인 마이라 애덤스(36)는 두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30년 넘은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새뮤얼 심슨(59)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다”면서도 “민주당이 경제도, 국경도 망쳐 놨지만 돌이켜 보니 트럼프는 나라 전체를 분열로 망친 것 같다”고 했다.
경선 분수령인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대로 각각 압승하며 본선 대결을 조기 점화했다. 미 대선에서 112년 만에 이뤄진 전현직 대통령 간 대결이자 68년 만에 성사된 동일 후보 간 재대결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린 아이오와와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등 15개 주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미국령 사모아에서는 자신보다 30세 어린 비영리단체 활동가 제이슨 팔머(52)에게 일격을 당해 이 지역 대의원 6명 중 3명을 내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공화당 경선이 열린 15개 주 중 버몬트를 뺀 14개 주를 석권했다. 버몬트에서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은 선택지에 ‘역대급 비호감’의 두 후보밖에 없는 상황을 비관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공동 여론조사(2월 22~26일, 성인 1102명)에서 미 유권자 63%가 ‘두 후보 모두 직무수행이 가능한 정신적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미 유권자 중 38%만이 올해 82세로 역대 최고령 미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능력을 신뢰한 반면 61%는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29%)과 우크라이나·가자 전쟁(31%), 경제 정책(34%)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다.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4건의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형사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대법원의 면책 특권 인정으로 후보 자격 시비가 해소됐지만 여전히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는 ‘2020 대선 전복 혐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기밀 문건 유출’ 등 형사 기소된 또 다른 사건에서 면책특권을 인정받아야 한다.
두 후보는 공히 양당의 전통적 지지층 이탈을 최대한 막고,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안후보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두 후보에 대한 실망감으로 민주주의 정치를 불신하게 된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 없음’(no preference)을 선택하는 일을 방지할 과제도 받았다.
민주당 내 무슬림계, 진보 유권자들은 이날 기권표인 ‘미확정’(uncommitted)을 택해 최소 3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 목숨을 앗아간 가자전쟁의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이날 ‘미확정’을 택한 유권자가 가장 많은 3개 주인 미네소타는 18.9%, 노스캐롤라이나 12.7%, 매사추세츠 9.4%에 달했다. 이는 슈퍼 화요일 직전인 지난달 27일 미시간 경선에서 유권자의 14%가 ‘지지 후보 없음’을 선택한 후폭풍이 이어진 것이다.
두 후보는 이날 경선 승리가 확정된 뒤 서로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바이든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 했고 바이든은 “4년 전 나는 트럼프가 미국에 야기한 실존적 위협 때문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재연 특파원·서울 최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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