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공무원 사망... 신상 공개한 악성 민원인 찾자 ‘역 마녀사냥’
‘민원인 신상’ 아닌 대책 마련 시급
악성 민원과 온라인 상의 마녀사냥으로 김포시청 소속 공무원이 숨지자 공직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해당 공무원이 온라인 상의 신상공개로 숨졌음에도 이번에는 민원을 제기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6일, 김포시청 소속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울분을 토하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동료 공무원 B씨는 “사무실 궂은 일은 앞장서 다 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악성민원이 생겨도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으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세연 김포시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포트홀 보수로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공무원 개인의 신상 정보와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욕설과 함께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며 "다시는 특정 공무원 개인을 집단으로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A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악성 민원을 제기하며 신상까지 공개한 누리꾼을 대상으로 고발 등의 법적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또 시청 내에 A씨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에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 보강 및 종합대책 마련을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온라인에서는 그의 신상을 공개한 누리꾼을 찾아내는 ‘역 마녀사냥’도 시작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A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악성민원을 제기한 누리꾼들 중 교육공무원이 포함돼 있다는 글들이 무차별적으로 올라왔다. 또한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한다는 글과 A씨의 신상을 공개했으니 역으로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글까지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서 A씨와 같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공무원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반복돼 왔다.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부터 서이초 교사, 호원초 교사 등 이들의 사망과 관련한 대책보다는 이들에게 민원을 제기한 악성민원인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공무원은 “우리가 원하는 건 악성민원인의 신상이 공개돼 똑같이 고통을 받는 게 아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게 모든 공무원들의 생각 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지자체 공무원 역시 “지난해 악성민원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했음에도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없다”며 “아직도 악성민원인이 욕을 하더라도 ‘선생님, 녹음하겠습니다’라고 말해 동의를 얻은 뒤 녹음을 하고 스스로 대책을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선량한 민원인들, 국민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형찬 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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