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또 유찰"…치솟은 공사비에 재건축 '혼란'

이수현 2024. 3.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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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재건축마저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시공사 선정이 불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어 분양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치솟은 공사비로 인해 조합측과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등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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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주공5단지·가락삼익맨숀 등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못해
치솟는 공사비에 주택시장 한파 겹치며 수익성 떨어진 영향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마저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시공사 선정이 불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어 분양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치솟은 공사비로 인해 조합측과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등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의 경우 대우건설이 단독으로 시공사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2회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된 경우에만 특정 건설사와 임의로 계약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에 개포주공5단지 조합은 시공사 선정 입찰을 다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핵심 지역에 위치해 건설사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됐다. 실제로 현장설명회에는 중·대형 건설사 다수가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한 곳에 불과했다. 이에대해 건설업계에서는 그만큼 공사비나 분양 사업성 등의 측면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한 결과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사업도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이 진행됐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나오지 않았다. 당초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입찰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는데, 대우건설이 최종 입찰을 포기하면서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치솟은 공사비를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지난 1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154.6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52.84) 이후 하락세가 이어진 공사비는 건설 주요 자재인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이 차례로 상승하면서 다시 반등했다.

일각에서는 고급화 설계에 대한 지적도 내놨다. 조합은 고가 수입산 마감재와 조경시설 등 고급화 설계를 원하는 반면 공사비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급화 설계에 대한 갈등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는 마감재를 두고 조합원 사이 이견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시공사는 평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까지 인상을 요구하자 일부 조합원은 공사비 인상 원인으로 조합이 제시한 마감재를 지목했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마감재의 경우 과거에는 각 지역마다 단지에 사용하는 자재가 달랐지만 현재는 그 벽이 허물어졌다"면서 "정비사업 조합이 원하는 일부 고급 자재는 소수 업체가 유통을 독점해 경쟁입찰로 원가를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 일부 사업장은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일부 고급화 설계를 포기하는 등 타협안을 찾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은 최근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마감재 등급 하향을 논의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는 512만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공사비가 오르면서 지난해에는 830만원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마감재 등이 있다"면서 "그 중 마감재는 다른 요인과 달리 조정이 가능한 만큼 커튼월(건물 외벽 마감재로 유리를 사용하는 공법) 비중을 줄이는 등 공사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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