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침팬지·꿀벌도 동료 행동 보고 배운다…"문화 축적 가능 시사"

이주영 2024. 3.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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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영국 연구팀 "침팬지·꿀벌의 사회적 학습 능력, 실험 통해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침팬지와 꿀벌도 동료 행동을 지켜보는 방식으로 독자적으로 생각해낼 수 없는 복잡한 임무 해결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유인원은 물론 무척추동물도 모방 학습을 통한 지식 축적으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단계 과제 수행 퍼즐상자를 이용한 침팬지 실험 침팬지들이 퍼즐 상자 속 먹이를 먹으려면 먼저 숲에서 나무 공을 가져오고, 상자 안 서랍을 당겨 튀어나오게 한 다음, 서랍에 공을 넣어야 한다. 이 퍼즐 상자를 침팬지 서식지에 설치하고 3개월간 관찰한 결과 두 집단 모두 상자를 여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발달시키지 못했다. [Nature Human Behaviour/Edwin van Leeuwen et al.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에드윈 판 레이우엔 교수팀과 영국 셰필드대학 앨리스 브리지스 교수팀은 7일 각각 과학 저널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과 네이처(Nature)에 침팬지와 꿀벌이 고난도 과제 수행 방법을 동료 관찰을 통해 배운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두 실험 결과는 침팬지가 인간 고유 특성으로 간주돼온 누적적 문화 진화 능력을 갖추고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꿀벌도 이전에는 인간에게만 있다고 여겨졌던 복잡한 수준의 행동을 사회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학습돼 시간이 지나도 집단 내에서 지속되는 행동을 문화라고 한다. 동물의 문화도 인간 문화처럼 이전 행동을 기반으로 한 행동이 순차적으로 쌓여 누적될 수 있다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지만, 상호 관찰을 통해 새 기술을 배우고 이것이 누적돼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 고유 특성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이런 행동이 무척추동물 종에서 입증된 적은 없었다.

판 레이우엔 교수팀은 이 연구에서 잠비아 보호구역에 사는 침팬지 66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침팬지들이 다른 개체의 행동을 보고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학습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3단계 과제 해결 퍼즐 상자 실험을 했다.

침팬지들이 퍼즐 상자 속 먹이를 먹으려면 먼저 숲에서 나무 공을 가져오고, 상자 안 서랍을 당겨서 튀어나오게 한 다음, 서랍에 공을 넣는 세 가지 과제를 차례로 수행해야 한다. 이 퍼즐상자를 설치하고 3개월간 관찰한 결과 두 집단 모두 상자를 여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발달시키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어 각 집단에서 한 마리씩 선발해 퍼즐 상자를 여는 단계별 과제 수행 방법을 훈련한 다음 그룹에 합류시키고 3개월간 다른 침팬지들이 이들의 기술을 배워 익히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두 그룹에서 66마리의 침팬지 중 14마리가 상자를 여는 기술을 익힌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을 배운 침팬지들은 모두 다른 침팬지가 최대 1.5m 떨어진 곳에서 상자를 여는 것을 9번 이상 목격한 경험이 있었다.

이 결과는 침팬지 문화를 설명하는 가설인 잠재적 해결 영역(ZLS) 이론과 맞지 않는 것이다. ZLS 이론은 침팬지 문화는 한 집단의 여러 개체가 독립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문화적' 행동 범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즉 사회적 학습을 통한 문화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 증거로는 사육되는 유인원들이 견과류 깨기 같은 문화적 행동을 독립적으로 발전시키는 사례가 제시돼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침팬지들이 집단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나면 새롭고 복잡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과제 완료에 필요한 기술이나 인지·모방 능력이 개체마다 다를 수 있어 다양한 기술을 이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단계 과제 수행 퍼즐상자를 이용한 꿀벌 실험 2단계 퍼즐 상자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 아래 노란색 원 위치에 설탕물이 들어 있다. 꿀벌이 이것을 먹으려면 투명한 뚜껑을 돌려서 빨간색 탭 뒤에 있는 초승달 모양 구멍이 노란색 목표물 위에 올 때까지 탭을 눌러야 한다. 단, 빨간색 탭은 파란색 탭을 먼저 밀어낸 후에만 움직일 수 있다.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셰필드대학 앨리스 브리지스 교수팀은 꿀벌들을 대상으로 한 2단계 퍼즐 상자 열기 실험을 통해 꿀벌들도 다른 개체의 행동을 보고 새롭고 복잡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꿀벌은 설탕물 같은 보상을 얻기 위해 사회적 학습을 통해 끈 당기기나 공 굴리기 같은 행동을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복잡한 수준의 행동을 동료 관찰을 통해 배울 수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브리지스 교수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꿀벌들이 먼저 장애물(파란색 탭)을 움직인 다음 빨간색 탭을 눌러 투명 뚜껑을 움직여야 설탕물을 얻을 수 있는 2단계 퍼즐 상자를 만들어 실험했다.

이 퍼즐 상자를 꿀벌들에게 노출한 결과 훈련받지 않은 꿀벌들은 퍼즐을 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퍼즐을 풀도록 꿀벌을 훈련하는 데도 이틀 정도가 걸렸으며, 각 단계에서 보상을 해줘야 학습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훈련된 꿀벌을 군집에 합류시키자 훈련받지 않은 다른 꿀벌들도 시범 꿀벌의 행동을 관찰한 뒤 단계별 보상이 없이도 2단계 상자를 여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꿀벌이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전파가 가능하다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이는 꿀벌도 이전에는 인간에게만 있다고 여겨졌던 복잡한 수준의 행동을 사회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Human Behaviour, Edwin van Leeuwen et al., 'Chimpanzees use social information to acquire a skill they fail to innovat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4-01836-5

◆ 출처 : Nature, Alice Bridges et al., 'Bumblebees socially learn behaviour too complex to innovate alon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126-4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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