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흡연은 재정 건전성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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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 7일 일본 내각 총리대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1937~2006)가 시민 복지와 건강권을 보장한 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금연운동단체 회원 5명에 의해 피소됐다.
하시모토 총리는 세계금연의 날(5월 31일)을 앞두고 한 일본 금연단체가 벌인 '일본 최악의 흡연자'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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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 7일 일본 내각 총리대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1937~2006)가 시민 복지와 건강권을 보장한 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금연운동단체 회원 5명에 의해 피소됐다. 하시모토 총리는 내로라하는 애연가였다. 소송에서 원고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흡연을 조장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헌법적 책임을 방기했다며 총리 재임기간 중 금연과 함께 50만 엔(당시 기준 약 4,000달러)의 벌금을 요구했다.
소송 두 달 전인 1월 하시모토는 싱가포르 방문 중 인터뷰에서 “담배에 대한 세금은 재정 위기에 처한 일본 정부의 큰 수입원 중 하나다. 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의료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담배를 피우려 한다”고 말했다. 일본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최저 수준의 건전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시모토 총리는 세계금연의 날(5월 31일)을 앞두고 한 일본 금연단체가 벌인 ‘일본 최악의 흡연자’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위는 페루 반군에게 127일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모리히사 아오키 전 페루 대사로 그는 구출 직후 생중계되던 기자회견장에서 담배를 피운 적이 있었다.
일본 나고야 법원은 이듬해 2월 소송을 기각하고 원고에게 5만 엔(약 400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흡연은 흡연자와 주변 사람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인의 흡연은 법으로 허용되며 총리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담배를 끊을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1963년 만 26세로 최연소 중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하시모토는 총리 재임 중(1996~98) 재정 확보를 위해 소비세를 대폭 인상했다가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심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정치인. 2005년 은퇴한 그는 지병이던 대장 질환 관련 수술을 받고 다발성장기부전으로 별세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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