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저앉았다”… ‘첫 서핑’ 즐기고 난 후 하반신 마비 온 치과의사

국내 발병 기록조차 거의 없는 ‘파도타기 척수병증’ 진단받아

친구들과 함께 ‘생애 첫 서핑’을 즐기러 바다에 갔다가 하반신 마비가 돼 평생 휠체어를 타고 진료를 보게 된 치과의사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에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가 된 이유와 생각보다 너무 위험한 이 행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치과의사 김보현씨는 “서핑을 하러 갔다가 장애인이 됐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가) 물에 빠졌거나 서핑 보드에 맞았거나 배와 충돌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처음 하는 서핑으로, 저희가 조금 늦게 도착해서 준비운동을 제대로 안 하고 합류했다”고 운을 뗐다.

당시 김씨는 서핑보드 위에 엎드려 파도를 따라가는 ‘패들링’ 동작을 배우며 파도를 타면서 ‘허리를 세웠다 접는 동작’을 반복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허리에 있는 혈관에 충격이 갔던 것. 그는 “혈관이 충격을 받아서 부으면 좁아지면서 혈액 공급이 안 되는데 그 동작을 반복하면서 신경들이 다 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바닷물 안에 있을 땐 부력으로 아무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해변으로 나와서야 양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털썩 주저앉게 됐다고 했다.

서핑을 가르쳐줬던 강사는 ‘쉬면 괜찮아진다’고 달랬지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씨는 신경과 의사인 친구에게 상황을 말했고, 그 친구는 ‘빨리 응급실에 가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김씨 일행이 119구급차를 불렀고, 김씨는 그 당시 이미 혈액이 점점 공급이 안 되면서 발끝에서부터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올라왔다고 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파도타기 척수병증(surfer's myelopathy)’이라는 진단명을 들었다고 했다. 국내에선 발병 기록조차 거의 없는 희귀질환이었다.

실제 파도타기 척수병증은 허리를 과하게 젖히는 과신전 자세가 반복될 때 생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도타기를 할 때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가 접는 동작을 과도하게 반복하게 되면, 척추 혈관이 충격을 받으면 혈관이 붓고 혈액 공급이 줄어드는 허혈성 손상이 생길 수 있는 것.

이 질환은 주로 20~30대 남성들이 서핑을 배우러 간 첫날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핑이 익숙하지 않고 준비운동도 없이 동작을 따라하다가 저절로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이다.

파도타기 외에도 필라테스, 요가, 곡예 등 허리를 쓰는 다른 운동을 하다가도 충분히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과거엔 하와이 같은 휴양지에서 주로 보고됐지만, 최근 서핑 인구가 늘면서 국내에서 보고되기도 한다.

서핑을 연습하다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극심한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보는 게 좋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