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력망·태양광 인프라 구축, 한국 기업에 기회"

권다희 기자 2024. 3. 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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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 1 ]마틴 행켈만 한독상공회의소(KGCCI) 대표
[편집자주] 전기를 만들고 산업활동을 하며 이동할 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변화가 전세계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한 변화가 산업과 경제 구조의 탈탄소화를 재촉하면서 새 시장이 만들어지거나 기존 시장이 재편된다.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밸류체인을 장악한 가운데 미국·유럽이 산업정책 차원에서 '녹색산업'을 지원한다. 한국을 녹색산업의 협력 파트너로 바라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협력 관계인 국가의 기관·기업과 만나 전세계 녹색산업의 진화를 짚어본다.

마틴 행켈만 한독상공회의소 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국의 유럽 최대 교역국, 한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유럽 국가, 한국 기업들이 신규법인을 가장 많이 설립한 유럽 국가*. 한국 경제에서 독일이 차지한 비중을 보여주는 짧지만 명료한 수식어들이다.

전세계 주요 국가·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향의 산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며 한국과 독일은 중요한 공통분모를 하나 더 갖게 됐다. 탄소배출이 필연적인 제조업을 산업의 핵심으로 둔 국가로서 탈(脫)탄소를 이행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 독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한독상공회의소(KGCCI)의 마틴 행켈만 대표는 이와 관련한 양국 기업들의 목소리를 최전선에서 듣고 있는 이들 중 한 명이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소재 한독상공회의소 사무실에서 행켈만 대표를 만나 한국과 독일 기업들이 어떻게 저탄소 산업으로의 이행에 협력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들었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다. 독일 기업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추진하는 유럽연합(EU) 및 독일 정부의 정책을 따라 가야 하고, 이는 도전적인 과제다.
▶많은 독일 기업들이 자동차 관련 제조업, 화학 산업, 중공업 등 고에너지 소비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에너지 소비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과 프로세스가 필요하고 이는 곧 투자확대를 의미한다. 에너지 효율성도 중요한 요소다. 또한 탄소 배출량 감축은 회사의 직접적인 운영 외에 공급망에서도 이루어져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비교적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한 독일 기업들에게는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과정 전체에서 탄소배출량을 추적하고 줄이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기업들이 당면한 장애요인 완화를 위해서는 기업·정부·이해관계자들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기업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만들고, 더 청정한 기술의 신속한 채택을 용이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정책은 기업의 혁신을 촉진한다. 독일 정부는 2045년 넷제로(Net-Zero)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경제 정책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 자동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했고, 전기 자동차 충전소 인프라의 확장을 적극 지원한다. 또 독일 정부 차원에서 녹색철강 생산에 대한 기업의 투자 및 그린 수소의 산업계 사용 역시 지원한다.

-제조업 분야에서 독일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의 경쟁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산업의 탈탄소화와 관련, 양국 기업들이 경쟁을 넘어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할 수 있으려면.
▶경제 강국인 한국과 독일은 기술적 우수성, 산업적 파워, 혁신에 대한 추구를 바탕으로 탄소 중립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과 한국 기업들 간의 경쟁과 협력은 이 과정을 더욱 활발하게 해주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서로 협력하면서 지식을 공유하고, 각자의 장점을 결합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연결할 수 있다. 반대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고객군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규모 경제 효과를 더 빠르게 누릴 수 있다. 아울러 수출 중심적인 두 나라의 기업들이 협력한다면, 양국의 혁신과 제품을 가지고 함께 다른 국가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간 제도적인 협력 틀이 있다면 .
▶또한, 한국과 독일은 에너지 분야에서의 신뢰를 기반한 협력을 이미 제도화했다. 지난 2019년 12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독일 연방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의 공동 의향서 서명으로 시작된 한-독 에너지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지속적 협업을 약속한 파트너십이다. 2021년 한독상공회의소가 한-독 에너지파트너십의 공식 사무국으로 선정됐다. 한-독 에너지파트너십을 통해 양국은 주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수단, 에너지저장장치, 수소, 탈석탄 등의 의제에 대해 정책과 경험을 나누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 양국이 산업에서 구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해상풍력분야는 한국과 독일이 협력하기에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한국은 독일 기업들의 경험과 기술을 배움으로써 해상 풍력 발전을 확대하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독일 기업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에너지 효율성에서 매우 큰 발전을 이뤄 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도 적용할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독일의 전력 망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양방향의 양국 간 협력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 아울러 독일 정부가 태양광 관련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만큼 한국의 기업들이 태양광 부품 및 소재 공급, 에너지 저장장치, 에너지 안전관리 장비 산업 등 태양광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 진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협력도 있다. 한국 시장에서 양국 기업들은 풍력 에너지 개발, 부유식 해상 풍력, 풍력터빈 제작, 태양광 발전 등의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또 한국 기업들은 독일에서 태양광 패널 생산, 해상풍력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본토와 연결하는 특수 케이블, 그리고 풍력 발전소 계획 및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은 2023년 '국가 수소 전략'을 개정 발표하는 등, 수소경제 이행에 있어 유럽연합(EU)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소 사업은 밸류체인이 넓고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분야가 많아 협력 모색이 다양한 층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소 인프라 분야와 관련한 양국의 협력은 어떤 분야에서 이뤄질까.
▶수소 경제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잠재력은 매우 높다. 양국 모두 생산, 이용, 운송 및 인프라 등의 측면에서 수소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인프라 분야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의 개정된 국가 수소 전략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수소 수입 비중이 전체 수소 수요량의 50~70%에 달하게 될 시점을 대비해 수소 해상 운송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독일은 기존의 LNG 인프라를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또한 암모니아와 액화수소 인수기지 등의 공급 인프라를 확충해야하는 상황이다. 양국은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매우 발전돼 있다. 한국과 독일은 이러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정책 및 기술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수소 부문에서 어떤 분야의 교류가 활발한가.
▶이미 양국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혁신적 솔루션을 찾고 있다. 특히 양국은 그린(청정) 수소 공동확보, 기술 공동개발, 수소 생산 및 수소 연료 전지 생산을 위한 협력이 가능하다.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 생산의 경우, 한국과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모두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에 진출·투자하려는 독일 기업들이 한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 10년간, 특히 한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투자와 무역이 성장해왔다. 이러한 협정을 현대화해 디지털무역 분야 및 자격증 인정을 용이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EU FTA 2.0'을 설계한다면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해상 풍력 에너지에 대한 법적 틀을 만들고, 제조업 부문에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제공된다면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과 독일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339억달러(약 45조2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EU 무역량 중 독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22%로 EU 국가 중 가장 크다. 한국에서 독일은 외국인투자 누적 최대 신고건수(2359건)를 기록 중이며, 유럽에서 우리 기업이 신규법인을 가장 많이 설립한 국가(879개)이기도 하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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