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로보 택시에 방화… 곳곳서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

김지원 기자 2024. 3. 7.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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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에 일자리 잃을까 우려
병원 배달 로봇엔 방망이 세례도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첨단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고용 시장에 변화가 닥치면서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러다이트 운동’은 19세기 방직기 등장으로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 직조공들의 불안감이 공장을 파괴·점거하는 행위로 이어진 사건을 일컫는다.

지난해 8월 자율주행 택시(로보 택시) 운행을 전면 허용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로보 택시에 고깔 모양의 주황색 ‘러버(rubber·고무)콘’을 얹어놓는 방식으로 운행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차량 앞부분에 달린 자율주행 센서에 콘을 씌워놓으면 운행을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 ‘세이프 스트리트 레벨’은 “자율주행 차량이 교통 혼잡을 일으켜 소방차가 제때 출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고 보행자가 치여 사망하기도 했다”고 했다. 우버 등 승차 공유 업체 운전자들도 “로보택시가 우리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가세했다. 지난달에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군중이 로보 택시에 불을 지르는 사건도 발생했다. ‘세이프 스트리트 레벨’ 관계자는 BBC에 “우리의 시위는 AI에 대한 최초의 물리적 항의”라며 “러다이트의 21세기판”이라고 했다.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는 로봇에 대한 물리적 공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지난 2015년 캐나다 맥매스터대 연구진이 히치하이킹과 간단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 ‘히치봇’으로 미 대륙 횡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간이 얼마나 로봇을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2주 만에 사람들의 공격을 받고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면서 실험은 중단됐다.

같은 해 ‘MIT(매사추세츠공대) 테크놀로지 리뷰’엔 “병원에서 배달 로봇을 이용하는 실험을 했는데, 모든 현장의 직원들이 로봇을 발로 차고 야구 방망이로 때리는 등 폭력적 형태를 취했다”며 “러다이트 시대 방직기처럼 로봇은 생계가 사라지는 것에 화난 사람들에 의해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러다이트 운동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이다. 방직기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 직조공들이 모여 몰래 기계를 망가뜨리거나 공장을 불태운 것이 시초다. ‘네드 러드’라는 인물이 이 활동을 주도했기에 ‘러다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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