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테크노 파시스트”... 환경단체, 6조 테슬라공장에 전대미문 테러

김아사 기자 2024. 3. 7.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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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겹쳐 이틀새 시총 100조 증발
5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인근에 있는 테슬라 공장 근처 송전탑에서 화재가 발생, 현지 경찰 등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전탑 화재로 전기 공급이 끊기며 테슬라 차량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이날 ‘불칸그루페’라는 이름의 환경단체는 “우리가 불을 질러 테슬라 공장을 사보타주(파괴 공작)했다”고 주장했다. /EPA 연합뉴스

5일(현지 시각) ‘전기차 업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유럽 최대 생산 시설인 독일 공장이 환경 단체의 범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완전히 멈춰 섰다. 거대한 규모 덕에 ‘10억’을 뜻하는 ‘기가’ 팩토리로 이름 붙은 이 공장은 연 5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2년 전 완공한 이 공장에 테슬라는 40억유로(약 5조8000억원)를 투자했다.

공장 건설 당시부터 산림·수자원 오염 등 문제로 환경 단체의 반대가 있었지만, 독일 정부가 인허가에 협조하며 공장 건설 2년 만인 2022년 가동이 시작됐다. 재빠른 공장 준공 속도를 자축하기 위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준공식에 참석했고, 일론 머스크는 그 자리에서 춤을 췄다. 머스크는 준공식 뒤에 “고마워요 독일”이라는 말을 엑스(당시 트위터)에 적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규모 생산 시설이 전대미문의 테러로 인해 마비된 것이다.

테러 등으로 테슬라 주가는 전날 7% 넘는 하락에 이어 이날 3.9% 떨어지며 180.74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이틀 만에 테슬라 시가총액은 760억달러(약 101조4200억원) 줄어든 5760억달러(약 769조5900억원)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118조원) 시가총액과 맞먹는 금액이 이틀 만에 증발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테슬라의 성장성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전대미문의 테러 발생한 테슬라 독일 공장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5시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에 있는 테슬라 공장 인근 송전탑에서 방화가 발생했다. 송전탑 일부가 무너질 정도로 화재가 이어지며 전기 공급이 끊겼고 테슬라 공장 가동도 전면 중단됐다. 방화 여파로 테슬라 공장뿐 아니라 4㎞ 이상 떨어진 베를린 남부 지역도 정전됐다.

테슬라 공장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진 ‘불칸그루페’라는 환경 단체는 이날 “우리가 테슬라 공장을 사보타주(파괴 공작)했다”며 일론 머스크를 향해 ‘테크노 파시스트(디지털 기술에 의존한 통치나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테슬라는 지구, 자원, 사람을 소모해 차를 만든다”며 “공장을 완전히 파괴하고 일론 머스크 같은 테크노 파시스트를 끊어내는 게 거대 권력에서 해방되는 길”이라고 했다.

5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테슬라 공장 인근 숲에 테슬라가 주변 강을 오염시킨다고 주장하는 환경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다. /EPA 연합뉴스

테슬라는 독일 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산림, 베를린의 식수원인 슈프레강의 오염 문제 등으로 환경 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도 환경 단체들이 테슬라 공장 주변에 텐트를 치고 시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테슬라는 이날 “공장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예상 피해액은 수천억 원 규모”라고 했다.

독일 내에선 환경 단체가 친환경차인 전기차 생산 시설을 공격했다는 점을 두고 테러의 목적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차는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보다 오염 물질 배출이 극도로 적기 때문이다. 환경주의자라면 거꾸로 내연차 공장을 더 위험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독일 내 전기차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내연차 강국인 독일 내에선 최근 내연차 판매 금지 시점(2035년)을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전기차 시설을 공격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날 엑스에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멍청한 환경 테러리스트”라고 적었다.

◇중국 판매 감소 겪는 테슬라

전대미문의 테러에 이어 판매 감소도 테슬라에 타격을 주고 있다. 테슬라는 매출 40%를 의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달 전기차 6만365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수치다.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월 판매량이다.

테슬라는 중국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가격 인하를 계속해 단행하고 있다. 1월 모델3의 시작 가격을 5.9% 인하했고 모델Y는 2.8% 깎았다. 라이벌 BYD 역시 ‘휘발유차보다 저렴한 전기차’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가격 인하를 계속하고 있다. 2022년 16.8%이던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9.2%까지 감소해 다른 자동차 업체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분기 기준 전기차 판매 1위를 BYD에 내준 테슬라는 올해엔 연간 기준에서도 BYD에 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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