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 부담 줄고 근로자 편의 늘고

이형주 기자 2024. 3. 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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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제
지자체-농협서 고용-숙식 도맡아
농가 신청에 따라 인력 제공하고, 농협에서 임금 지급해 착취 차단
“올해 322명으로 확대 운영할 것”
나주배 원예농협은 지난해 베트남 출신 근로자 50명을 채용한 후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운영해 농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은 베트남 출신 근로자들이 배를 수확하는 모습. 나주배 원예농협 제공
6일 오전 9시 전남 곡성군 곡성읍 시설하우스에서는 라오스 출신 계절근로자 4명이 감자 캐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농민 김현수 씨(43)는 하우스 감자 출하 시기인데 일손이 없어 감자 캐기를 못 하는 이웃 농가까지 도우며 10일째 라오스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김 씨는 “외국인 근로자 근로시장 일당은 최소 15만 원이지만 공공형 계절근로자 일당은 10만 원으로 책정돼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밝게 웃었다.

이날 곡성지역 감자, 멜론, 두릅, 묘목 농가 7곳에선 라오스 계절근로자 19명이 채용돼 농사일을 도왔다. 이처럼 농민들의 인건비 부담이 경감된 것은 올해 곡성군, 곡성농협이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처음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력이 필요한 농가는 곡성농협에 최소 5일 전까지 전화로 신청해야 한다. 근로자 일당 10만 원을 곡성농협에 먼저 입금해야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제는 농가가 직접 외국인을 고용하고 숙식까지 제공하는 농촌형,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이 고용 및 숙식을 제공하는 공공형으로 나뉜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농협에서 농민들의 신청을 받아 1, 2일 단위로 인력을 제공해 인건비 부담이 적다. 또 농협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월급제로 지급하고 안정적인 숙식을 제공해 일부 농촌형 계절근로제에서 불거진 인권침해 논란 등에 대한 우려도 작다.

곡성군과 곡성농협 직원 5명은 1월 라오스 므앙타파밧군을 방문해 공공형 계절근로제 후보자들을 면접 보고 20∼40대 초반의 근로자 30명을 뽑았다. 선발된 근로자들은 지난달 22일 곡성에 도착해 나흘 동안 각종 교육 등을 받고 농촌 현장에 투입됐다. 라오스 근로자들은 곡성군 고달면 안개마을 농촌휴양체험시설에서 한글과 문화를 배우고 한국 생활에 푹 빠졌다. 문진 곡성군 농업정책팀장은 “농민들의 공공형 계절근로자 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근로시간 준수 등 인권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 일당을 11만 원 이하로 지급하자”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전남 나주는 공공형 계절근로를 운영해 성과를 거뒀다. 나주배 원예농협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베트남 출신 여성 근로자 50명을 계절근로자로 채용했다. 이들 베트남 출신 계절근로자들은 7개월 동안 일당 11만 원을 받고 농가 902곳에서 일했다. 베트남 계절근로자들은 비어 있던 대학 기숙사에서 단체로 숙식하며 일했다. 이들 덕분에 외국인 인건비가 2만∼5만 원가량 절감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나주시 동강면에서 배농사를 짓는 신동환 씨(66)는 “작업 반장의 지도를 받은 베트남 근로자들이 꼼꼼하게 일을 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농협 2곳, 70명으로 운영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제를 올해는 농협 10곳, 322명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통해 적정 인건비 형성과 인권 존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전남 22개 시·군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5800명을 채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공공형 계절근로자는 5.5%에 머물고 있다.

올 1월 전남의 한 지역에서는 필리핀 출신 농촌형 계절근로자 2명이 인력 알선업자로부터 임금 착취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가 접수돼 전남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다. 전남 시·군들은 그동안 수산 분야 계절근로자 인력 80%가량을 필리핀 출신으로 채용했다. 필리핀 정부는 올 1월 계절근로자 해외 인력 송출을 일시 중단했다가 지난달 재개하기도 했다.

전남 7개 시·군은 어업 분야 계절근로자 2778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인력 파견 국가를 필리핀, 베트남, 몽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수산 분야에서도 공공형 계절근로제 도입을 모색하고 있지만 물때에 따라 일을 하는 어업의 특성상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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