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전략공천은 전략적인가

정유선 기자 2024. 3.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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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공천 작업도 마무리 국면이다. 올해 공천을 보면 전략공천과 지역구 재배치가 유행처럼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과거엔 지역 연고나 유권자 밀착을 중시해서 지역구를 옮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엔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판단에 따라 정작 그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전략공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존 후보들로는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 해당 지역에 공천 신청하지 않은 후보군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려꽂는 것이 전략공천이다. 여기에 한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 혹은 해당지역 공천경쟁에서 탈락한 후보를 다른 지역구로 이동시키는 ‘지역구 재배치’도 세트로 이뤄지고 있다.

4년 전 부산 중영도 공천 파동의 시작은 이언주 전 의원 전략공천 시도였고, 끝은 이언주 곽규택 후보의 지역구 재배치였다. 그 결말은 좋지 않았다. 부산진갑과 경남 김해을은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전략공천으로 기존 후보들이 반발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4년 전엔 총선 출마를 준비조차 않던 서병수 의원이 갑작스레 부산진갑에 투입됐다. 그러고 나니 올해는 또 ‘중진 희생’이란 이름으로 진갑에서 빼내 북갑으로 투입시켰다. 민주당 현역 김영춘 의원의 자객이 됐다가 이번엔 전재수 의원의 자객이 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정에 부산진갑 주민들의 뜻은 찾아보기 어렵다. 4년 전엔 난데없이 등장한 서 의원을, 이번엔 정성국 후보를, 국민의힘 지지자라면 당에서 보내는 대로 찍으라는 오만이다. 4년 전에 이어 올해도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한 다른 예비후보들은 분루를 삼켜야 했다. 김해을도 마찬가지다. 4년 전 공천 막바지에 가서야 당은 재야운동가 출신 장기표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장 후보는 낙선한 다음해 지역위원장을 사퇴하고 서울로 돌아가버렸다.

지역 후보들의 경쟁력은 냉정히 판단해야 하지만 한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전략공천은 당원 및 후보들의 의욕을 꺾고 조직도 흔들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전략공천의 폐해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같은 지역에 두 번 세번 반복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전략공천이 과연 전략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전국의 254개 지역구를 펼쳐두고 장기판의 졸(卒)처럼 이 후보를 옮겨 저 지역구로 뺐다가 또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지역구로 옮기고 하는 기계적 방식으로는 안 된다. 단지 한 석을 얻을 것인가 잃을 것인가만 공천 판단의 기준이 돼선 곤란하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속화시키고, 오랫동안 지역활동을 해온 후보들의 의욕을 잃게 하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게 한다면 한 석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게 된다.

지역구 재배치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의 공천 과정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사명감’ ‘운명’이란 말로 포장했지만 말 그대로 받아들일 주민들이 얼마나 될까. 부산 북강서갑을 ‘험지’로 만든 당사자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하며 이곳저곳 간을 보다 결국 서울 강서을에 깃발을 꽂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존중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는 명분 싸움이다. 물밑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을지언정 최소한 유권자를 설득할 명분은 있어야 하는데 당과 후보는 과연 어떤 말로 주민을 설득할 것인지 궁금하다.


상향식 공천방식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경선이 오히려 현역 및 지명도가 높은 인물의 기득권을 고착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 경선’도 안 맞지만 지금처럼 전략공천과 지역구 재배치가 남용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기에 최소한 그 지역을 잘 알고, 애정이 있고, 주민의 필요와 관심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정치공학적 계산에 매몰돼 당의 전략이란 이름으로 어디든 보내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주민들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를 양산한다면 후에 어떤 부작용을 남길지 고민해 볼 일이다.

정유선 서울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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