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지역의 미래를 만드는 대학의 힘
아이를 낳으라는 출산정책이 폭력 같다는 젊은 부부, 부모세대보다 풍족하게 살았지만 훨씬 더 치열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청년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2033년이면 학생이 대학진학을 위해 입학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학총장이 학생유치를 위해 입시설명의 응시자가 되는 설정의 코미디 콩트 유튜브 동영상은 더이상 비현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생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에서 올해는 0.6대로 지속적으로 추락해 매년 기록을 경신 중이다. 그 중에서 서울은 0.5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처럼 아이를 낳지 않는 도시지만 아이러니하게 청년유입은 점점 늘어나 수도권의 청년비중은 2000년 46.3%에서 2023년 50.6%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53년에는 53.1%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고 이 현상이 지속되면 3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약 700만 명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수도권의 청년인구 쏠림을 막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수도권 주거부족은 물론 청년이 떠나는 비수도권의 초고령화와 지역경제 쇠퇴도 어쩔 재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대학 진학 취업, 그리고 주거를 포함한 삶의 질 문제가 바로 청년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다. 대기업 본사는 물론 우리나라 1000대기업의 86.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창업기업의 56.5%가, 상위 1% 근로소득자의 74.5%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게다가 2022년 대학 입학정원은 45만 명인데 비해 출생아는 25만 명이다. 이들의 대학 진학시점이 되면 100% 대학을 진학한다고 해도 절반에 가까운 대학이 사라지거나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의 대학진학률 70%를 적용하면 17만5000명, OECD 국가 평균 대학진학율 44%를 적용하면 대학 입학정원은 10만 명이면 충분하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폐교한 대학 22개 중 20개는 지방소재 대학이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감축된 대학정원의 70~80%는 지방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 벌어질 대학의 어마어마한 ‘학생 다이어트’는 벼랑 끝에 선 지방대학의 몫이 될 우려가 크다.
게다가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 역시 수도권 대학에 엄청난 예산을 지원해 왔고 총장추천제도 등을 통해 취업으로 연계해 상생 기반을 마련해 왔다. 1990년대부터 연간 1000억 원을 지원해온 삼성과 성균관대 외에도 두산그룹과 중앙대, 한진그룹과 인하대·항공대 등도 그렇다. 포스코와 포항공대, 현대와 울산대 등도 같은 맥락에서 지방대지만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으로의 각종 기부행렬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지방 거점국립대의 기부금 규모는 서울대의 10분의 1도 안될 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의 기부금 순위에서도 한참 뒤처진다.
수도권 쏠림은 지방소멸이다. 청년이 선호하는 대학과 기업이 있는 도시, 그런 도시로 만들어야 성장하는 도시가 되고, 그런 도시가 많아져야 수도권 쏠림, 수도권 공화국병을 극복할 수 있다. 대학을 살려야 지역이 산다는 의미이다.
이번 정부에서 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학정책으로 5년간 1000억 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구축하자는 라이즈 사업이 시작했다. 다만 지원규모가 혁신적 성장을 기대할만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서울대를 우리나라 단 하나뿐인 명문대학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수준의 지방대학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컬대학 지원 규모를 연간 1000억 원으로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방대학과 지방도시는 지속가능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지방소멸에 무감해왔던 수도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앞으로 줄여나가야 할 대학정원의 문제에 있어서 지방대 입학정원 축소와 같은 비율로 수도권 입학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동시에 최근 확대되고 있는 첨단분야와 의료분야 정원에 대해서도 지방 특성화 전략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미래를 만드는 대학의 힘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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