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존의 窓] 외교부 북미국 사무실 불빛… 우리보다 더 늦게 꺼졌다
그때 한국 동료들과 지금도 연락… 외교는 양국 관계 다루는 벅찬 도전
외교관·비즈니스맨 둘 다 일해보니… 청년에겐 ‘국가에 봉사’ 먼저 추천
10년 전 외교관에서 은퇴하고 민간 부문으로 진출한 후 계속해서 받아온 질문이 있다. 바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가요?”이다. 이 질문은 누가 묻느냐에 따라 두 가지 다른 함의를 갖는다. 만일 질문자가 미국인이라면, 외교관은 게으르고 칵테일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비즈니스맨들은 근면 성실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일해야 한다는 숨겨진 가정이 담겨 있다. 실제로 10년 전 현재의 직장 면접에서 “만약 이 직책을 맡게 된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라는 조언을 받았다. 태국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되기 위해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해야 했었다고 겸손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만일 질문자가 한국인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한국인들은 정부 관료, 적어도 외교관에 대한 존경이 있기에 이 질문은 연민의 의미를 담는다. 여기에는 한때 미국 대사였던 사람이 사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추락한 것으로 여기는 가정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 경우에는 두 가지 가정 모두 사실이 아니다.
미국 외교관으로 30년 동안 일하면서 거의 절반 기간 동안 한국인 동료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온 경험으로 말하건대 외교는 매우 도전적이며 종종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업무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무부에서 근무할 때, 사무실 창문은 세종로 건너편의 외교부 북미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종로를 사이에 두고 거의 매일 밤 누가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집에 가는지를 두고 겨루는 의지의 싸움이 되었다. 다만, 거의 매일 밤 대한민국 외교부가 승리하기는 했다. 미국 외교관들이 가진 불리한 점 중 하나는 대사관 주택 단지로 떠나는 마지막 셔틀버스가 오후 7시에 출발하고, 차가 없다면 집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추측건대, 한국 ‘동료’들이 우리를 오후 7시 이후까지 남기게 할 요량으로 저녁 6시 50분쯤에 전화를 걸어서 요청하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그 동료들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그들이 사무실 불을 언제 끄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긴 업무 시간 이외에도, 외교와 비즈니스 사이에는 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전략 수립이다. 해외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게 되면 주재국의 정부, 정책, 정책 수립자들 및 동향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다. 또한 외교관은 자신의 정부가 세계적으로, 지역적으로, 그리고 주재국과 양자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외교관은 이해관계의 중심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양국 모두에게 즉각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는 정책 입장을 가장 잘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 이는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서울에서 근무함으로써 회사가 한국에서 성장하고 더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이 회사에 제공하는 모든 긍정적인 가능성을 활용할 수 있다. 외교가 단순히 상대방의 정책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비즈니스 역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교육, 일자리 창출, 양방향 무역에서의 협력을 구축하고, 모든 측면의 관계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외교와 비즈니스 간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인재와 예산을 관리하고, 팀을 이끌고,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접촉하고, 나아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정부가 이익을 창출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민간 부문의 권한은 정부의 권한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어떤 길을 추천하는지 물으면, 항상 외교 쪽으로 기운다. 학생들과 사회 초년생에게 외교 공무원 진로를 추천하고 싶다.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공감하고 적응하는 능력, 그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정책 수립 능력 등 외교에서 얻는 기술들은 아주 초기에 배워야 한다. 만일 이러한 부분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민간 부문에 진출해 필요한 다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관으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애국심에 대한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시대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해외에서 모국을 공식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열정과 명예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 여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외교와 비즈니스 양쪽 모두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었고, 이런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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