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17] 내일 또 만납시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도 때로는 갑작스러운 이별에 슬픔이 밀려오곤 한다. 대중매체에서 음악을 자주 접하면서 그들 모습에 친근함을 느꼈기 때문인지 음악인들의 죽음은 남다르게 와 닿곤 한다.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들은 나를 모르기에 실제로는 타인이지만 정서적으로는 타인이 아닌 셈이다. 새해 들어 음악인 여럿이 잇달아 유명을 달리하였는데, 그들의 부고에 비감이 따라왔다.
지난 2월 18일에 사망한 가수 금호동(본명 서문석)은 출중한 용모에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가수로 유명했다. 1959년에 데뷔한 그는 작곡가 박춘석과 짝을 이루어 ‘고향 하늘은 멀어도’ ‘내일 또 만납시다’ 같은 노래를 발표하며 196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다. 일본에도 진출하여 ‘고교 삼년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다.
2월 20일에는 뇌경색으로 17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한 방실이(본명 방영순)가 세상을 떠났다. 풍부한 성량과 시원스러운 율동으로 인기를 얻은 방실이는 미8군 무대로 데뷔한 후 1985년 3인조 걸그룹 ‘서울시스터즈’를 거쳐 1990년에는 ‘서울 탱고’를 발표하며 솔로로 활동하였다. ‘서울시스터즈’의 리더로 왕성하게 활동할 때 무심한 듯 거침없이 내뻗는 그녀의 손동작을 넋 놓고 바라보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청순하거나 야리야리한 이미지가 아니라 성인 느낌 물씬 나는 ‘서울시스터즈’가 어린 마음에 낯설면서도 멋있게 보였다.
그리고 3월 3일에는 한국 재즈의 이론을 체계화하여 ‘재즈의 대부’라고 한 음악가 이판근이 별세하였다. 재즈 작곡은 물론이고 민요와 같은 전통 음악을 재즈로 편곡해서 연주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몇 년 전에 신관웅, 최선배, 김준 등 1세대 재즈 음악가들을 면담할 때 몸이 불편한 이판근은 안타깝게도 만날 수 없었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토록 황망하게 보내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
언제 이별할지 미리 안다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까? 눈 한 번 더 맞추고 미소 지으며 따뜻한 말도 건네면서 말이다. 때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작이었고 시작인 줄 알았는데 끝나버린 것처럼 그 무엇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언젠가 헤어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비록 만남과 헤어짐은 우리 소관이 아닐지라도,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어느 한때 음악으로 우리를 위로해 준 이들을 떠나보내며 만남과 이별을 생각한다. 매일 이별하며 사는 우리네 인생,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이별이 너무 아프지 않게 금호동의 노랫말처럼 “가벼운 발길 헤어질 때 인사는 내일 또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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