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64] It holds all the bad luck so that others may live in peace
정신과 상담 치료 끝에 일선에 복귀한 킬러. 의뢰를 중개하는 브로커는 이 킬러의 닉네임을 ‘레이디버그(무당벌레)’라고 지어준다. “무당벌레? 진짜? 이제 알겠네. 무당벌레는 행운을 상징하니까(Ladybug? Really? I see what you’re doing. Ladybugs are supposed to be lucky).” 레이디버그는 그 닉네임에 쉽게 수긍한다. 자기가 불운을 불러들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레이디버그는 이걸 브로커의 짓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불릿 트레인(Bullet Train∙2022∙사진)’의 한 장면이다.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 분)가 맡은 의뢰는 기차에서 가방을 훔쳐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단순한 임무다. 하지만 임무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가방을 지키고 있는 것은 업계에서도 유명한 킬러 듀오 탠저린과 레몬이다. 한술 더 떠 그 가방의 주인은 암흑계에서도 전설적인 킬러이자 조직의 두목인 ‘백의 사신’이다. 결국 가방, 백의 사신과 엮인 자들이 기차에 모여 운명적인 살육전을 벌인다.
그 와중에 상담 치료로 많은 걸 깨달은 레이디버그는 킬러 듀오에게 대화를 제안한다. “어떤 갈등이건 간에 평화로운 결과로 이어지는 성장의 길이 있더라고(I’ve learned that with any potential conflict there’s an opportunity for growth, a path to a peaceful outcome).” 하지만 어림도 없다.
낙심한 레이디버그는 이 또한 자신의 불운 때문인가 싶다. 그러나 이 열차에 탄 또 다른 킬러 ‘장로’는 이렇게 말한다. “무당벌레는 남들이 평온하게 살도록 스스로 불운을 짊어진 존재요(It holds all the bad luck so that others may live in peace).” 무당벌레는 불운을 불러오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희생해 불행을 희석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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