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선 13개 열쇠중 바이든 4개-트럼프 2개 우세… ‘두개의 전쟁’ 변수”
“바이든,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 우크라-중동戰, 고물가 난제 안아
트럼프, 탄탄한 당원들 지지 강점… 패배땐 불복 우려, 내전은 안갈것”
1980년대부터 미 대선 결과를 대부분 맞혀 ‘족집게’로 꼽히는 역사학자 앨런 릭트먼 미국 아메리칸대 석좌교수(사진)는 3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올해 대선을 이같이 전망했다. 재선에 나선 현직 대통령이 여러모로 우세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길 경우의 수도 상당하다는 예측이다.
릭트먼 교수는 2016년 당시 대다수가 회의적으로 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하는 등 1984년 로널드 레이건을 시작으로 지금껏 10번의 대선 중에 9번을 정확히 맞혔다. 그는 “올해는 2016년보다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에서 91개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후보(트럼프)도,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 때(73세)보다 나이 많은 후보(바이든)도 처음”이라 기존의 패턴을 깨는 선거라는 이유다.
―대선은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다. 최종 예측은 7, 8월이 돼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패배하려면 여러 악재가 겹쳐야 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릭트먼 교수는 인터뷰에서 미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13개 열쇠 가운데 현재 스코어로 바이든 대통령은 4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개에서 우세하다고 했다. 그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6개 이상에서 우세하지 않으면 ‘지각 변동’이 일어나며 집권당 후보는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전례 없는 대선이 될 거란 전망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이나 1992년 대선(빌 클린턴 당선)도 어려웠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특히 두 가지 면이 그렇다. 91개 범죄 혐의로 기소된 후보도, 이렇게 나이 많은 후보도 처음이다. 여러 면에서 기존 패턴을 깬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우 낮다.
“성과 면에선 1960년대 이후 어떤 대통령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막았고, 미 경기 침체에 대한 모든 예측을 뒤집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낮은 건 끔찍할 정도인 메시지(정책 홍보) 실패와 팬데믹으로 인한 물가 상승 때문이다.”
―대선의 주요 변수는 뭔가.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군사적 성과에서 단박에 실패로 바뀔 수 있다. 미시간주 경선 결과(‘지지 후보 없음’ 투표 약 13%)에서 나타났듯 심각한 상황이다. 국경(불법 이민) 문제는 유권자를 교란시키는 또 다른 이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어떻게 보나.
“‘성추문 입막음’ 사건은 다른 후보였다면 세기의 재판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에겐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많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아도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다른 사건들은 지연 전술이 먹히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의 외교 고립주의는 어떻게 보나.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안보에 대한 공격을 무심하게 지나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들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유럽은 벌써부터 ‘트럼프 2.0’ 리스크로 초비상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유세에서 “방위비를 적게 내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고 폭탄 발언했다. 당장 독일에선 자체 핵무장론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도 주한미군 축소 가능성을 무기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대선 이후 정치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선거는 미국과 세계 민주주의 미래에 중추적(pivotal)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하면 결과를 뒤집으려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내전까지 갈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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