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봄농구’ 이끈 맏언니 “팬들에 감동 주고싶어”
개막전서 앞니 부러지는 부상 딛고, 친정팀 4위로 끌어올리는 투혼
리그 역대 두번째 8000득점 기록
59점 보태면 레전드 정선민 넘어
그런데 김정은은 그동안 뛴 경기 중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경기로 지난달 22일 BNK전을 꼽았다. 하나원큐가 BNK를 꺾고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날이다. 김정은은 이날 경기가 열린 부산에서 인천에 있는 구단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어렵게 창단한 팀을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지 못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돌고 돌아 기회가 왔다. 오늘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치른 수백 경기 중 가장 의미 있는 경기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정은은 우리은행에서 하나원큐로 팀을 옮겼다. 6년 만의 친정팀 복귀였다. 김정은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세계(하나원큐의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하나은행이 2012년 해체를 선언한 신세계 구단을 인수했고 이후 팀 이름을 하나원큐로 바꿨다. 2017년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던 김정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하나원큐와 2년 계약을 하면서 친정 팀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면서 “남은 농구 인생 2년은 덤이다. 친정에서 후배들 성장을 돕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4일 인천에 있는 하나원큐 훈련장에서 만난 김정은은 “하나원큐로 다시 온 뒤 연습경기를 처음 보는데 30점 차로 지더라.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참히 깨지면서 선수들도 현실을 깨달았다. 연습경기 때 잘하다가 시즌 시작 후 문제가 생기면 고치기가 힘든데 그때 예방주사를 잘 맞았던 같다”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6일 삼성생명과의 개막전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쳐 앞니가 부러졌다. 당장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임시 치아로 대신하고 3일 뒤 우리은행과의 경기에 나섰고 지금도 그대로다. 김정은은 “후배들이 걱정을 너무 많이 하기에 ‘내가 제대로 액땜했다. 우리는 무조건 플레이오프 나간다’고 했다. 무릎이나 발목을 안 다친 게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플레이오프가 끝나면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로 했다.
김정은은 당시 이가 부러진 것보다 경기에서 패한 게 더 아팠다고 했다. 하나원큐는 개막전부터 내리 4연패를 당했다. 김정은은 “우리 팀은 직전 시즌에 6승밖에 못 했다. 우리가 도대체 누굴 이길 수 있을까 싶었다”며 “감독님이 늘 ‘편하게 얘기해라’라고 하시는데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서 소통이 잘된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또 “밖에서 볼 땐 내가 후배들을 다 이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도 코치님이나 감독님한테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덕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 10승 20패를 기록하며 4위로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됐다. 2021∼2022시즌엔 5승 25패, 지난 시즌엔 6승 24패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했다. 김정은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9분09초를 뛰며 10.4득점, 5.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김정은은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플레이오프 무대에 처음 서는 만큼 신나게 뛰었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KB스타즈를 이기지 못했다고 욕할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리를 응원해 준 팬들을 위해 감동이 있는 경기를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하나원큐는 9일부터 정규리그 1위 팀 KB스타즈와 3전 2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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