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K팝∙K아트의 콜라보, 예술인의 무경계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이나 저작권법, 예술인복지법,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같은 문화예술 관련 주요 법령에서도 예술인에 관한 구체적 정의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예술인복지법에서 ‘예술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자로서 (중략)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는 포괄적 개념의 예술인 정의가 존재한다. 이러한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 정의를 준용한다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분야를 굳이 분리해 접근할 이유가 없어진다. 창작, 실연 등의 활동은 순수예술인과 대중예술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성격이 아닌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접점을 형성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문화예술 현장에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교집합, 범위를 좁히자면 K팝과 K아트(미술)의 콜라보 현상이 명징하게 목도된다. 최근 블랙핑크 등 유명 아이돌그룹이 소속된 메이저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 YG플러스를 통해 미술 분야에 진출한 소식은 단발성 화제로만 보기 어렵다. 대중음악 관련 지식재산권(IP) 사업에 주력해 온 YG플러스가 도예, 가구 디자인, 회화, 공예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스타 작가 8명을 한데 모아 서울 한남동에서 연 미술 기획전시회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순수예술 작가의 매니지먼트에 나선 첫 사례로 기록된다. 자신의 활동 무대를 넓혀 작품에 열광하는 팬들과 적극 소통하려는 작가와 IP 상품화 노하우 및 대중음악 아티스트 매지니먼트 경험을 미술에 접목하려는 메이저 연예기획사의 희망 사항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오래전부터 유명 대중예술인이 순수예술 작품을 컬렉션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YG식의 K팝(대중예술)과 K아트(순수예술) 콜라보는 어쩌면 늦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BTS 멤버 RM이 윤형근, 손상기 등의 작품을 컬렉션하기 이전에 YG 소속 아티스트였던 탑과 태양은 이우환, 김환기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컬렉션한 건 K팝과 K아트의 콜라보, 즉 예술인의 무경계를 알리는 예고편이었을 수 있다.
이번 사례가 던진 함의는 묵직하다. 메이저 연예기획사가 음반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티저 영상처럼 전시를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작가들이 홈파티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의 영상을 제작한 건 기존 미술 전시 풍경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중예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노하우가 고스란히 미술 작가 전시에 녹아든 것, 그것이 본질이다.
유명 연예기획사가 주도한 K팝과 K아트의 콜라보는 유행이 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짚어보자. 신진 작가들이 설 자리는? 상업적 성공이 보장된 유명 작가 외에 미술 시장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신진 작가의 매니지먼트에 인색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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