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치매’와 ‘알츠하이머병’ 혼동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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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오해 중 하나가 치매가 병명이란 것이다.
하지만 치매는 병명을 말하는 게 아니라 뇌질환에 의해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사회생활이나 직업 활동이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런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100가지가 넘고 이 중 가장 흔한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이다.
문제는 여전히 '알츠하이머병'과 '치매'가 혼동돼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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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70%의 치매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발생한다. 이는 30% 정도의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다른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리셉트,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허가받고 사용되는 약들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감소한 아세틸콜린이란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올려주기 위해 사용된다. 말하자면 ‘알츠하이머병의 인지기능 개선제’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 내 아세틸콜린이 감소해 있지 않은, 즉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치매 환자가 사용하는 경우 이상 행동, 심한 소화기 장애, 감정 변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루이체치매나 피질하혈관치매에서 일부 효과가 있다며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원인의 치매에서는 사용되면 안 된다.
문제는 여전히 ‘알츠하이머병’과 ‘치매’가 혼동돼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에서 내는 국책 연구 공고문에서도 혼동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치매 조기 진단’ 같은 표현이다. 치매는 이미 인지기능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의 대상이 아니다. ‘말기 암 조기 진단’이란 표현이 어색한 것과 마찬가지다. 또 엄밀하게 말하면 ‘진단’의 대상도 아니다. 치매는 진단하는 게 아니고 판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이 환자에게 치매를 유발한 질환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물론 알츠하이머병 진단은 쉽지 않고,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고가의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약물(알츠하이머병 인지기능 개선제)을 사용할 때는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이 아닐 가능성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약물에 대한 부작용과 효과를 잘 살펴야 한다. 언론 등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건 이제 ‘치매약’ 대신에 ‘알츠하이머병 약’으로 부르자는 것이다. 명칭을 정확하게 사용해야 일반인들이 헷갈리지 않는다. 치매약으로 오해되면 인지기능이 저하된 모든 환자가 복용해야 하는 약으로 인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은 치매라는 용어는 흔히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공포 마케팅’의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꼭 기억해 두면 좋겠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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