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연못 물 퍼내는 이들의 안면몰수

경기일보 2024. 3.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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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탄소중립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

봄이 오고 있다. 얼었던 대지와 앙상한 가지마다 맑은 싹들이 각박했던 삶에 새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선거철만 되면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많은 이들이 비바람에 쓸려갈 낙화유수가 될지언정 연일 쏟아내는 ‘아무 말 대잔치’가 봄철 벚꽃 터지듯 번져 나가고 있다.

우리의 귀와 눈은 벌써 온갖 감언이설과 험담으로 지쳐 버렸고 이제 혐오와 분노가 돼 심판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선거는 민의를 대변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는 변검(變臉)의 경연장이 됐다. 안면몰수가 당연해진 선거판은 세상을 바꾸고,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팔색조 같은 정당을 앞세워 살아남기 위한 이전투구의 난장판이 돼가고 있다.

국가 부도로 비유되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시기에 한 살짜리 갓난아이도 손가락의 돌반지를 들고 줄을 섰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군사독재의 상징이라는 구실을 들어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다. 그린벨트를 허물고 들어선 고층아파트와 건물 그리고 도로는 숨쉬기조차 불편한 교통지옥을 낳았고 그곳에 살던 사람은 삶터에서 쫓겨난 채 고단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들어 ‘노후계획도시정비지원특별법’을 통해 1기 신도시 평균 188% 수준인 용적률을 최대 75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비수도권의 경제활력과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를 들어 그린벨트 해제를 20여년 만에 다시 선언했다. 연이어 마치 지역균형을 맞추기라도 하듯 주민 재산권 보장 차원에서 여의도 117배 규모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했다. 농사지을 저수지마저 퍼내 고기 잡듯 눈앞의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갈택이어(竭澤而漁)의 파렴치한 행위들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공자는 제자 자공과의 대화에서 첫째 마음이 음흉한 자(心逆而險), 둘째 행동이 거칠고 고집센 자(行僻而堅), 셋째 진실되지 못하고 말만 꾸미는 자(言僞而辯), 넷째 옳지 않은 것만 잘 알고 있는 자(記醜而博), 다섯째 비리를 따르면서 혜택이라고 하는 자(順非而澤)들은 간웅이 돼 당을 만들고 사회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옳은 지도자는 그중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는 우리를 변화의 중심으로 거세게 밀어넣고 있다. 이제 세상살이는 땅을 파고, 나무를 잘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숨을 쉴 수 있어야 한다. 적자생존이 아니라 공존공영을 위한 나눔과 배려의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은 몇몇 명망가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략가와 선동가들에 의해 세상이 바뀌던 시대는 기억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옛이야기가 됐다.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선거라고 하지만 선거에 나서는 자들 가운데 국가의 미래와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자들은 아직도 드물어 보인다. 풀이 바람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풀을 눕히지만 그들은 아직도 구태의연하지만 한결같은 방식으로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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