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규제 맞서 ‘AI+’ 꺼내든 中, 과학기술 예산 10% 대폭 증액

김철중 기자 2024. 3.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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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제조업, 새 성장동력 육성
리창 “AI+ 디지털 클러스터 구축”
美와 기술패권 경쟁 치열해질듯
런민은행장 “은행 지준율 인하 여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2차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쑤성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과학기술과 교육, 인재 제도 등의 개혁을 심화하고 새로운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중국이 ‘고품질 발전’을 앞세우며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10%가량 대폭 늘리기로 했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장비, 인공지능(AI) 칩 등의 수출 규제에 나서며 중국의 기술패권 도전을 견제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키워 난국을 타개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런 방침이 극도로 위축된 내수시장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껏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부동산 시장 등이 어려워지자 첨단 제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이 과학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AI와 6세대(6G) 이동통신 등을 둘러싼 미중 기술패권 경쟁도 지금보다 훨씬 거세질 전망이다.

● 올해 과학기술 예산만 68조 원 투입

중국 정부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 보고한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과학기술 예산은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3708억 위안(약 68조6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2019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지난해 증가율이 2%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이 3년 연속 집중 투자를 천명한 국방 분야(7.2%)보다도 더 높은 증가세이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는 “예산 제약이 있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중국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 때문에 계속해서 지출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리창(李强) 총리의 업무보고에서도 드러난다. 리 총리는 “새로운 생산력의 발전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표준 지침과 품질을 강화해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를 더 많이 창출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분야로는 커넥티드카(스마트카)와 첨단 수소 에너지, 바이오 제조, 항공우주 산업 등을 꼽았다.

리 총리는 ‘AI+’라는 개념도 처음 사용했다. 중국은 2010년대에 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라는 용어를 쓴 적이 있다. 리 총리는 “AI+를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한때 안면인식 등 일부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여파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분야 등에선 미국에 크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미국은 엔비디아가 만드는 고사양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고, 최근 저사양 AI 반도체 수출마저 제동을 걸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중국 지도부가 최근 서방의 생성형 AI의 발전을 보면서 중국이 더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시진핑 “고품질 발전 위해 장애물 없애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첨단 기술 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5일 시 주석은 장쑤(江蘇)성 대표단을 만나 “과학기술, 교육, 인재 제도 등 개혁을 심화하고 새로운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에서 경제 규모가 2위인 장쑤성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장쑤성 대표단을 처음으로 만난 것 자체가 첨단 산업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번 양회를 계기로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 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4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 보고서에서 ‘혁신을 통한 산업 시스템 현대화’를 10대 핵심과제에서 최우선으로 꼽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경제의 구조적 업그레이드를 겪고 있다”며 “생산성 도약의 핵심은 과학기술 혁신”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대책 가능성도 거론했다. 6일 경제장관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판궁성(潘功勝) 런민(人民)은행장이 “현재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은 평균 7%로, 앞으로 더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할 돈이 줄어들어 시장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이는 리 총리의 업무보고에 구체적인 대책이 빠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 행장은 이어 “개인 모기지 대출 등 사회금융 비용 절감은 투자와 소비를 살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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