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망쳤다”... 위기의 구글, 은퇴했던 ‘아버지’가 돌아왔다

오로라 기자 2024. 3.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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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中 점유율 추락’ 위기… 흔들리는 美 양대 빅테크
그래픽=김하경

“우리는 확실하게 이미지 생성 기능을 망쳤습니다. 철저한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며, 많은 사람이 화를 내고 있는 것도 타당합니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AI 개발자 포럼 ‘AGI(범용 인공지능) 하우스’에서 구글의 생성 인공지능(AI) ‘제미나이’에 대해 혹평했다. 5일(현지 시각) CNBC·포천을 비롯한 경제 전문 매체에 따르면 브린은 “AI의 발전이 너무 흥미로워 은퇴에서 돌아왔다”고도 말했다. 1998년 래리 페이지와 함께 구글을 창업했던 브린은 2019년 현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에게 모든 권한을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작년 7월부터 구글로 복귀해 AI 개발에 깊숙하게 관여하기 시작했다. 테크 업계에선 딥마인드를 인수하며 AI 알파고를 비롯한 구글 AI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브린이 돌아온 데에는 오픈AI의 챗GPT에 밀린 구글 AI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AI 위기감에 돌아온 구글 창업자

이날 세르게이 브린은 ‘왜 AI가 좌파적 성향을 띠나’라는 행사 참가자의 질문에 “우리도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의도는 아니다”라며 “대신 최근 테스트에서 정확도를 80%까지 향상했다”고 밝혔다. 구글 제미나이는 최근 ‘미국 건국 아버지’ 같은 역사적 인물의 이미지를 유색인종으로 묘사하는 등 심각한 오류가 발견돼 일부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런 사태를 놓고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브린은 광고 수입 성장이 둔화된 구글의 상황에 대해서도 “AI가 맞춤형 광고를 제시하면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광고는 여전히 구글의 주 매출원이겠지만, 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린의 작심 발언에 구글은 “회사를 대표한 것이 아니라, 브린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밝혔다.

브린은 구글 CEO를 두 차례 맡았던 공동 창업자 페이지와 달리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의 창업자’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사장을 맡았지만, 경영에 개입하기보다는 ‘스페셜 프로젝트 총괄’과 같은 직함을 걸고 AI를 비롯한 미래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초기 구글의 AI, 증강현실 고글(구글 글래스), 무인 자동차 같은 제품이 그의 지휘 아래 탄생했다. 반면 회사의 성장과 매출 확대 등은 ‘관리형 창업자’인 페이지가 맡았고, 페이지는 이 바통을 현재 CEO인 순다르 피차이에게 넘겼다. 하지만 샘 올트먼의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구글 안팎에서 ‘구글이 AI 패권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라는 말이 나오면서 “피차이 CEO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린은 작년 구글에 돌아와 인사에도 개입했다. 브린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애플도 위기설, 흔들리는 양대 테크 기업

구글과 함께 미국의 양대 테크 기업인 애플을 둘러싼 위기설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7%로 하락해 4위를 차지했다. 올해 첫 6주 동안 애플의 중국 내 판매량이 전년보다 24% 감소한 것이다. AI 혁명 속 오픈AI·MS(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경쟁 기업들이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애플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작년 같은 기간(첫 6주) 2위(19%)에서 두 계단 밀려 4위(15.7%)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 비보가 1위(17.6%)를 차지했고, 화웨이와 아너가 애플을 앞질렀다.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에 애플은 올해 이례적으로 아이폰 할인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애플은 최근 애플카 개발을 중단하고, 유럽에서는 반독점 소송 과징금을 내는 등 고난을 겪고 있다. 책임론이 제기되는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말 “곧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며 “애플의 차기 수장 선정과 상세한 승계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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