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장애물 만난 벌, 동료에게 해결책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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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서로 사회적으로 교류하고 세대를 걸쳐 문화를 형성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보상과 처벌로 이뤄진 훈련이 아닌 다른 벌의 행동을 모방하는 사회적 학습만으로도 장애물을 해결한 것이다.
연구팀은 뒤영벌이 보상 훈련으로만 특정 행동을 습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개 장애물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연자 꿀벌'을 이틀 동안 훈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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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없이 시연자 관찰만으로 행동 습득
무척추동물 중 처음…“문화 자연 발생 단서”
벌이 서로 사회적으로 교류하고 세대를 걸쳐 문화를 형성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보상과 처벌로 이뤄진 훈련이 아닌 다른 벌의 행동을 모방하는 사회적 학습만으로도 장애물을 해결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사람만이 복잡한 행동을 사회적으로 배우는 ‘누적 문화’가 동물에게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라스 치트카(Lars Chittka) 영국 퀸메리대 생물행동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뒤영벌이 먹이를 얻기 위해 장애물을 통과하는 방법을 사회적으로 학습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무척추동물에게서 사회적 행동을 발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뒤영벌은 검고 통통한 몸집에 주황색 띠가 있다. 꿀벌과 마찬가지로 꽃가루를 옮기는 이로운 곤충이다.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국내외 과수 농가에서 꽃가루받이에 많이 이용한다. 연구팀은 장애물을 밀고 당기는 두 단계로 이뤄진 실험 상자에 뒤영벌을 넣고 설탕물을 얻기 위해 장애물을 해결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우선 뒤영벌들은 각 장애물이 나눠진 실험 상자에서 사전 훈련을 실시했다. 꿀벌들은 한 종류의 장애물을 넘어 보상인 설탕물을 얻는 훈련에서 모두 해결책을 습득했다.
본 실험은 두 가지 장애물을 설치한 후 모두 해결했을 때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본 실험에 사용된 실험 상자에는 첫 번째 장애물을 통과하고 보상을 얻은 뒤, 두 번째 장애물 해결하는 방식이다. 뒤영벌을 3개 집단으로 나눠 36~72시간 동안 최종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관찰했다. 뒤영벌들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장애물을 통과했지만, 두 번째 장애물은 그대로 놔뒀다. 3개 그룹 중 두 번째 장애물을 해결한 뒤영벌은 한 마리도 없었다.
연구팀은 뒤영벌이 보상 훈련으로만 특정 행동을 습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개 장애물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연자 꿀벌’을 이틀 동안 훈련시켰다. 시연자의 행동은 1단계 장애물을 밀고, 다음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1단계 장애물을 원래 방향으로 밀어야 하는 비효율적인 행동으로 구성돼 있다. 시연자 꿀벌의 훈련이 끝난 뒤에는 관찰자 뒤영벌을 함께 실험 상자에 넣어, 관찰자 뒤영벌이 행동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시연자의 행동을 살핀 관찰자 뒤영벌 15마리 중 5마리가 두 개의 장애물을 모두 해결했다. 5마리 중 3마리는 첫 번째 시도에서 2마리는 세 번째 시도에서 장애물을 통과했다. 이들은 실험 상자에서 보상을 받는 훈련을 거치지 않았는데, 동료 뒤영벌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 장애물을 해결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무척추동물에게서 사회적 학습과 문화 전파가 가능하다는 증거를 보여준 최초의 사례다. 이전에도 영장류와 새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두 가지 장애물을 해결하도록 하는 실험은 있었다. 특히 개별적으로 습득하기 어려운 복잡한 행동을 사회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은 사람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겨지는데, 이번 연구로 무척추동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연구팀은 뒤영벌이 이른바 ‘누적 문화’를 평가하는 실험실 기반의 동물 실험이 그동안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누적 문화는 사회적으로 전달되는 혁신을 통해 개체군 전체의 행동이 개선되거나 정교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뒤영벌들은 이번 실험에서 시연자들이 보여준 장애물 해결책 중 효율적인 부분만 습득해 보였는데, 연구팀은 뒤영벌들이 일정 수준의 누적 문화를 이루고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뒤영벌들은 행동 언어를 통해 자원의 거리와 방향을 전달하는데, 지금까지는 순수하게 본능적인 것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로 꿀벌들의 행동에서 사회적 학습의 역할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뒤영벌의 학습 능력과 문화의 자연 발생, 누적 문화를 관찰할 수 있는 최고의 후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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