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차명(借名) 정치

남궁창성 2024. 3.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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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어보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살았던 사상가 이탁오(1527~1602년) 선생의 책 '속(續) 분서(焚書)'에 나오는 글이다.

나는 한위(漢魏)다'라고 하여, 스스로 서로를 내세우며 모두 문단의 맹주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어떤 이는 그 말을 표절하고, 어떤 이는 그 뜻을 답습하여 모두 남의 집 아래에다 집을 다시 얽으면서도 스스로 크다고 뽐냄을 면하지 못하였으니 오랑캐 나라의 왕이 아니겠는가?' 문학의 화두를 '개성'으로 손꼽았던 허균(1569~1618년) 선생의 '명사가시선서(明四家詩選序)'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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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어보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살았던 사상가 이탁오(1527~1602년) 선생의 책 ‘속(續) 분서(焚書)’에 나오는 글이다.

‘명나라 사람으로 시 짓는 자들은 말하기를 ‘나는 성당(盛唐)이다. 나는 이두(李杜)다. 나는 육조(六朝)다. 나는 한위(漢魏)다’라고 하여, 스스로 서로를 내세우며 모두 문단의 맹주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어떤 이는 그 말을 표절하고, 어떤 이는 그 뜻을 답습하여 모두 남의 집 아래에다 집을 다시 얽으면서도 스스로 크다고 뽐냄을 면하지 못하였으니 오랑캐 나라의 왕이 아니겠는가?’ 문학의 화두를 ‘개성’으로 손꼽았던 허균(1569~1618년) 선생의 ‘명사가시선서(明四家詩選序)’의 일부다. 옥하가옥(屋下家屋). 남의 집 아래에 제 집을 얼기설기 짓고는 제가 제일 잘 난 줄 아는 것이 시 쓰는 세태라는 점을 질타하고 있다.

생각의 깊이나 폭, 글의 내면과 외연의 중심은 나다. 나는 나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총선을 34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공천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사람이 장인의 이름을 자랑삼아 서울 한복판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도 출신 한 정객도 노 전 대통령의 참모 경력을 내걸고 타향에서 출마한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변호사도 대구·경북에서 공천을 거머쥐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없고 남의 이름에 기대는 허업(虛業)의 정치, 스스로 발광체가 아니고 남의 빛과 영광에 기대는 차명(借名)의 정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치도 이제는 ‘나는 나다’가 절실하게 생각나는 계절이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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