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열풍 닷컴버블 같다고? 비슷하지만 다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2022년 하락세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증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S&P 500 지수와 나스닥(NASDAQ), 다우존스 등이 역사적 신고점을 형성했을 정도로 위세가 엄청나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경계감도 적지 않다.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특정 종목에 인기가 몰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M7 중심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마치 2000년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닷컴(IT)버블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훌륭한 7개 주식(Magnificent 7)이라 부르는 M7은 애플(AAPL)ㆍ마이크로소프트(MSFT)ㆍ구글(알파벳/GOOG)ㆍ메타(META)ㆍ엔비디아(NVDA)ㆍ아마존(AMZN)ㆍ테슬라(TSLA)를 일컫는다. JP모건에 따르면 M7이 S&P 500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다. 2023년 초와 비교하면 엔비디아는 4배, 아마존은 2배 이상 주가 상승을 이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도 각각 70%와 60% 이상 상승한 결과다.
현재 흐름을 경계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지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지수 전체가 무너지고 이는 곧 시장 참여자를 위축시킬 거라는 논리로 풀이된다. 투자 기관도 이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반대로 지금의 인공지능ㆍ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한 시장은 그 때와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2000년 닷컴 신화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준 닷컴버블.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며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유동성이 기술주에 몰린 게 시작이다. 당시 인터넷이 대중 사이를 파고들며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고, 큰 성장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시장에 들어왔다. 미국 내 경제 흐름이 좋은데 금리까지 낮으니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투자 시장이 “비이성적”이라고 경고하며 1999년 6월부터 2000년 초까지 정책금리를 4.75%에서 6.5%까지 빠르게 인상했다. 투자에 필요한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성장동력이 떨어졌고 미 증시는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제적 문제와 함께 기업의 방만한 운영도 문제를 키웠다. 미국내 기술관련 기업은 경쟁적으로 설비 투자 확대에 나섰는데 이는 곧 기업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2000년 초 미국의 설비투자 비중은 GDP 대비 8% 수준에 이를 정도였다.
우리나라 IT 산업도 이 때 성장세를 탔다. 외환위기를 마주하던 시기와 함께 경제 회복을 위한 여러 방안이 마련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벤처기업 육성이었다. 당시 부실화한 대기업의 빈자리를 채울 성장동력이 필요했고 마침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첨단기술로 사업구조를 전환하자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당시 미국 기술주 성장에 힘입어 IT기술 관련 벤처기업들은 순식간에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미국과 비슷한 시기, 코스닥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이 먼저 경제적 충격에 의해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었고 이어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1차례에 걸쳐 금리를 6.5%에서 1.75%까지 인하했지만, 수요를 살리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지금 인공지능(AI) 신화는 ‘현재 진행형’
인공지능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당시 기술의 한계로 현재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연산능력이 빠르게 향상되었고 인터넷 보급 확산으로 데이터 센터가 다수 증설되면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기회가 마련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할 수 있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닷컴버블 시절의 과잉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2010년 전후로는 서비스 추천이나 검색, 음성인식 부분에서 활약하던 인공지능은 지금의 생성형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팬데믹 사태 장기화로 인한 산업,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이뤄진 결과이며 이제 연구의 영역을 벗어나 일상 생활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다.
M7으로 성장한 7개 기업 모두 인공지능을 서비스에 반영, 성장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와 코파일럿(Copilot) 등으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빠르게 반영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도 클라우드 및 일반 소비자에게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애플은 오랜 시간 준비하던 전기차를 포기하고 생성형 인공지능에 집중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AMD는 이 분야의 강자다.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는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인공지능 추론과 연산에 좋은 궁합을 보이면서 반도체 시장 전반을 이끌고 있다. 엔비디아 데이터 센터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이며, AMD도 경쟁에 가세하며 판을 키우는 중이다. 이 외에 금융권, 헬스케어, 유통 등 미국 내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이 안 쓰인 곳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기술은 발전 속도가 빠르고 잠재력이 높은 상태다. 팬데믹 이후의 기술주 상승은 어떻게 보면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 때와 지금은 무엇이 비슷하고 또 다른가?
2000년대 닷컴 신화의 붕괴는 미국 경제 침체가 큰 원인이다. 현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미국 내 고용 시장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경제 기반이 탄탄한데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도 5.25~5.5%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은 장기적으로 부담스러운 요소다.
현재는 불확실성이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5일, M7 중 엔비디아(+0.85%)를 제외하면 모두 하락 마감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부문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 때문에 나스닥 종합지수도 -1.65% 이상 하락한 1만 5939.5 포인트를 기록했다. 대형주가 주도한 상승이 반대로 큰 하락을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예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공지능 버블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선 산업 전환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코로나 팬데믹을 시작으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 과잉을 우려할 수 있으나 M7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는 고정투자를 급격히 늘리지 않고 있다. 기술 개발로 비효율을 개선하고 인프라가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 등으로 위험도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주식시장 전략가는 기술주 강세가 과거와 다르다고 언급했다. 기업가치 비율이 최소 10배 이상인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24% 정도인데 이는 닷컴버블 시절의 35%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내재적 자본 비용 가중 평균도 5.7%로 올랐다는 부분도 언급됐다. 이렇게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기업은 성장 중이지만, 무지성으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양한 정보와 국내외 경제 상황 등을 충분히 파악해 신중히 접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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