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유태오·그레타리 작별신, 그 비하인드를 아시나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 영화를 관통하는 마지막 작별신, 비하인드는
2. ‘나영’ 남편인 ‘아서’(존 마가로)가 가진 의미는?
3. 데뷔작으로 오스카 후보까지, 피는 다르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는 행복을 담은 소품집 같다. 보고 나면 여운과 산뜻한 느낌을 동시에 안을 수 있다. 첫사랑이었던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 그리고 ‘나영’의 남편인 ‘아서’ 세 사람의 관계성 만으로도 여러 이야기를 파생시킬 수도 있다.
그 중심엔 셀린 송 감독의 위트 있는 연출력이 있었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만난 셀린 송 감독에게 미리 알고 보면 더 재밌고, 뒤늦게 알아도 맛있게 곱씹을 수 있는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를 물었다.
■쟁점1. 우버 기다리는 작별 장면에 숨겨진 장치들
이 영화의 백미는 클라이막스 이후 ‘나영’과 ‘해성’의 작별 장면이다. 서로의 처지와 마음 속 진심을 이해하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성’이 택시를 기다리는 장면은 묘하게 보는 이의 감수성까지 자극한다. 또한 집으로 돌아가는 ‘나영’의 걷는 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버를 기다리는 장면은 45초 가량 돼요. 차가 온다는 상황은 제가 손을 내려 싸인을 주기로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요. 그래서 유태오나 그레타 리도 언제 우버가 올 지 모르는 상태였죠. 저 역시도 언제 손을 내릴지 모르겠더라고요. 다만 ‘아, 이 우버 언제 와’라는 마음과 우버 오기 전 ‘10초만 더 줘’라는 양가적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게 중요한데, 그걸 저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마음이 딱 들 때 손을 내렸죠. 이후 ‘나영’이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에선 45m 트랙을 설치해 찍었는데요, 한 스태프가 ‘나영이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나요’라고 질문했고, 전 그 질문에서 이 영화의 열쇠를 얻었죠. 가로로 뻗은 그 길을 타임라인이라고 생각하면, 나영과 해성이 과거로 돌아가는 상징을 주기 위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야 하고, 과거에서 2분(우버 기다리는 장면)을 기다리다가 나영이 다시 현재로 돌아가기 위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요. 그 끝엔 집이 있고요. 그건 12살 어린시절 자신에게 미처 인사하지 못한 채 살던 ‘나영’에게 ‘해성’이 찾아와 안녕이라고 말할 기회를 줬고, 후련하고 행복하게 ‘12살의 나’를 보내주면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거예요. 나영, 해성, 아서 모두에게 해피엔딩인 거죠.”
■쟁점2. ‘아서’에게 투영된 감독의 의도는?
‘아서’는 이 작품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아내의 첫사랑을 마주하지만 질투와 경계, 그리고 부러움 속에서 복잡해하는 감정선이 보는 이에게 색다른 재미를 전달한다.
“‘아서’가 ‘나영’과 ‘해성’ 사이에 등장할 때 관객들 모두 ‘넌 왜 왔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하. 저와 존 마가로 모두 그런 반응을 예측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나영’과 ‘아서’의 침실 대화 장면이 중요했죠. 아서를 통해 멋있는 남성성을 보여줘야 세 사람의 관계성에 납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신이 아내를 소유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켜야하는 아내를 위해 이기적인 마음을 잠시라도 접을 수 있는 태도.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나’는 잠시라도 옆에 둘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죠. 그건 ‘해성’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아서’와 ‘해성’이 보통 사람들이지만 히어로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 둘은 ‘나영’의 과거와 현재를 열 수 있는 각자 다른 키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해성이 가진 키를 아서는 가지고 있지 않고, 아서 역시 그렇잖아요. 그럼에도 둘이 쌈박질을 하면서 열쇠를 빼앗는 게 아니라, 둘 다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서 ‘나영’이 완벽하게 열릴 수 있도록 만들어요. 그러면 우리가 사랑하는 ‘나영’을 위해 더 깊게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까요. 하룻밤만이라도 서로를 받아들이기로 한 거고, 그게 감동적이고 어른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영’이 열렸을 때 셋의 해피엔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쟁점3. ‘넘버3’ 송능한 감독의 딸, 넘버원이 되다
그의 아버지는 ‘넘버3’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이다.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작품의 연출자를 아버지로 둔 덕분일까. 그도 자연스럽게 필름에 손을 댔다.
“아버지가 영화감독이었지만, 이 영화를 만들며 구체적인 조언을 나누진 않았어요. 제 영화와 아빠의 영화는 다르니까요. 하하. 그래서 한국 관객들이 우리 아빠의 ‘넘버3’를 생각하고 제 영화를 보러 오는 일만 없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정말 너무 다르거든요. 아무래도 부모가 다 프리랜서 아티스트였고, 앞서 그 길을 걸었기 때문인지 부모의 직업적 삶과 인생이 제게도 배어있는 듯해요. 그들의 삶 자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요. 제가 이 영화를 찍으러 2021년에 한국에 왔을 때가 굉장히 특별하고 감동적이었는데요. 한국에서 만난 우리 조명감독이 아버지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었대요. 같이 일하는 분들 중 아빠를 좋아하고, 존경했던 분들도 있었고요. 아마 제가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젊은 한국의 영화인들도 만나지 못했겠죠?”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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